子曰, 鬼神之爲德, 其盛矣乎.
자왈 귀신지위덕 기성의호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귀신의 위덕이 참으로 융성하구나.
視之而弗見, 聽之而弗聞, 體物而不可遺.
시지이불견 청지이불문 체물이불가유
그것은 보려고 해도 볼 수 없고, 그것은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으나, 만물의 실체이니 버릴 수 없다.
使天下之人, 齊明盛服, 以承祭祀.
사천하지인 제명성복 이승제사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가지런하게 옷을 입고, 제사를 받들게 한다.
洋洋乎, 如在其上, 如在其左右.
양양호 여재기상 여재기좌우
참으로 양양하여 그 위에 있는 듯 하고 그 좌우에 있는 듯하다.
詩曰, 神之格思, 不可度思, 矧可射思?
시왈 신지격사 불가도사 신가사사
시경에 귀신도 헤아릴 수 없으니 가히 싫어할 수 없겠구나 라고 하였다.
夫微之顯. 誠之不可揜, 如此夫.
부미지현 성지불가엄 여차부
은미한 것이 발현되어 드러나니 진실되고 망령되지 않지만 가릴 수가 없는 것이 이러하구나!
(註1) 盛(성할 성), 祀(제사 사), 洋(큰 바다 양), 度(법도 도), 矧(하물며 신), 揜(가릴 엄)
(註2) 정자는 귀신은 천지의 공력이 쓰이는 것이며 조화의 흔적이다 라고 하였고 (정자왈, 귀신, 천지지공용, 이조화지적야 程子曰, 鬼神, 天地之功用, 而造化之迹也), 장자는 귀신이란 음양 두 기운의 좋은 능력이다 라고 하였다 (장자왈, 귀신자, 이기지량능야 張子曰, 鬼神者, 二氣之良能也).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두 기운을 말하자면 귀는 음의 영이며, 신이란 양의 영이다 (우위이이기언, 즉귀자음지령야, 신자양지령야 愚謂以二氣言, 則鬼者陰之靈也, 神者陽之靈也). 한 기운으로 말하면 지극하게 펼치면 신이고 반대로 돌아가면 귀이니 기실은 한 가지일 뿐이다 (이일기언, 즉지이신자위신, 반이귀자위귀, 기실일물이이 以一氣言, 則至而伸者爲神, 反而歸者爲鬼, 其實一物而已). 위덕은 성공과 공효를 말한다 (위덕, 유언성정공효 爲德, 猶言性情功效). 귀신은 형체와 소리가 없으나 사물의 끝과 시작은 음양이 합하고 흩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 없으므로 사물의 본체가 되고, 사물에서 흔적을 지울 수 없다 (귀신무형여성, 연물지종시, 막비음양합한지소위, 시기위물지체, 이물지소불능유야 鬼神無形與聲, 然物之終始, 莫非陰陽合散之所爲, 是其爲物之體, 而物之所不能遺也). 체물이란 주역에서 근간이 된다는 말과 같다 (기언체물, 유역소위간사 其言體物, 猶易所謂幹事). 제라는 말은 가지런히 한다는 것이다 (제지위언, 제야 齊之爲言, 齊也).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가지런히 하여 재계함을 극진히 하는 것이다 (소이제불제이치기제야 所以齊不齊而致其齊也). 명은 깨끗한 것과 같고 양양은 유동하고 충만한 것이다 (명, 유결야, 양양, 유동충만지의 明, 猶潔也, 洋洋, 流動充滿之意).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공경하여 받들게 하고, 발현하여 밝게 드러나는 것이 이와 같으니 이는 사물의 본체가 되어 빠뜨릴 수 없다는 징험이다 (능사인외경봉승, 이발견소저여차, 내기체물이불가유지섬야 能使人畏敬奉承, 而發見昭著如此, 乃其體物而不可遺之驗也). 공자는 그 기운이 위에 발양하여 영험이 밝게 드러나고 쑥 향이 위로 올라가 사람을 감촉하고 사람의 마음을 두렵게 하니 이것이 만물의 정이며 신이 드러나는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이를 얘기한 것이다 (공자왈, 기기발양우상, 위소명훈숭처창, 차백물지정야, 신지저야, 정위차이 孔子曰, 其氣發揚于上, 爲昭明焄嵩悽愴, 此百物之精也, 神之著也, 正謂此爾).
시경 대아억지편이다 (시, 대아억지편 詩, 大雅抑之篇). 격은 오는 것이고 신은 하물며 라는 것이고 역은 싫어하는 것이다 (격, 래야, 신, 황야, 역, 염야 格, 來也, 矧, 況也, 射, 厭也). 싫어하고 태만히 하여 공경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며, 사는 어조사이다 (언염태이불경야, 사, 어사 言厭怠而不敬也, 思, 語辭). 성은 진실하고 망령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성자, 진실무망지위 誠者, 眞實無妄之謂). 음양이 합하고 흩어지는 것은 진실 아닌 것이 없다 (음양합산무비실자 陰陽合散無非實者). 그러므로 그것이 발현되어 가릴 수 없는 것이 이와 같다 (고기발견지불가엄여차 故其發見之不可揜如此).
이상은 십육장이다 (우제십육장 右第十六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은 은이며 (불견불문, 은야 不見不聞, 隱也), 사물의 본체가 되어 존재하는 것은 비라고 할 수 있다 (체물여재, 즉역비의 體物如在, 則亦費矣). 위의 세 장에서는 비의 작은 것을 말하고, 이 뒤의 세 장에서는 비의 큰 것을 얘기한 것이며, 이 한 장은 비, 은을 겸하고 대, 소를 포함하여 말한 것이다 (차전삼장, 이기비지소자이언, 차후삼장, 이기비지대자이언, 차일장, 겸비은, 포대소이언 此前三章, 以其費之小者而言, 此後三章, 以其費之大者而言, 此一章, 兼費隱, 包大小而言).
(註3) 대아 탕지십의 억편은 주 무왕이 상나라 주왕의 폭정을 꾸짖고 자신의 이신벌군을 정당화하는 내용이다. 종래의 해석이 공자의 귀신에 대한 생각을 설명하고 있지만, 공자가 귀신에 현혹되는 것을 경계하였는데 이상하다. 전체적인 흐름을 봐도 귀신을 성대하게 섬기는 것을 경계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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