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
태재문어자공왈 부자성자여 하기다능야
태재가 자공에게 ‘공자께서는 성인이십니까? 어찌 그토록 능력이 많으시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묻자,
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자공왈 고천종지장성 우다능야
자공이 말하길 ‘진실로 하늘이 그 분을 성인이 되게 하시고 또 많은 능력을 가지게 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子聞之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多乎哉 不多也
자문지왈 태재지아호 오소야천 고다능비사 군자다호재 부다야
공자께서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태재는 나를 아는구나. 나는 젊어서는 비천하였으니 비천한 일을 잘 할 수가 있다. 군자가 잘하는 일이 많다 하겠느냐? 많지 않도다.’라고 하셨다.
(註1) 宰(재상 재), 貢(바칠 공), 聖(성스러울 성), 縱(세로 종), 鄙(다라울 비), 賤(천할 천)
(註2) 태재는 관직명이고 오나라 혹은 송나라인지 알 수 없다 (태재, 관명, 혹오혹송, 미가지야 大宰, 官名. 或吳或宋, 未可知也). 여는 의문사이다 (여자, 의사 與者, 疑辭). 태재는 다능한 사람을 성인이라 생각했다 (태재개이다능위성야 大宰蓋以多能爲聖也). 종은 내버려 두는 것과 같고 제한이 없다는 말이다 (종, 유사야, 언불위한량 縱, 猶肆也, 言不爲限量也). 장은 아마도 라는 뜻이니 겸손하여 감히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 태야, 겸약불감지지사 將, 殆也, 謙若不敢知之辭). 성인은 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다능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또라고 말하여 덧붙였다 (성무불통, 다능내기여사, 고언우이겸지 聖無不通, 多能乃其餘事, 故言又以兼之). 젊어서 미천했던 까닭에 다능했는데 그 능한 바란 비천한 일이었다는 말이다 (언유소천고다능, 이소능자비사이 言由少賤故多能, 而所能者鄙事爾). 성인이라서 모든 것에 통달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비이성이무불통야 非以聖而無不通也). 또 잘 하는 일이 많다고 해서 남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다능비소이솔인 且多能非所以率人). 따라서 군자가 반드시 다능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하셨다 (고우언군자불필다능이효지 故又言君子不必多能以曉之).
(註3) 고주에는 태재가 오나라의 태재인 백비(伯嚭)라고 하였다. 당시 노나라와 인접한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공하려 하자, 공자는 제나라와 오나라로 자공을 사신으로 오나라로 보낸다. 자공은 언변이 뛰어난 외교전략가인 자공은 춘추시대 제후국의 세력판도를 바꿀만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약소 제후국인 노나라는 항상 제나라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고 끊임없이 침략을 받고 시달리고 있던 관계에 있었다. 자공은 제나라에게 배후의 오나라의 위협을 설명하여 군사력의 예봉을 오나라로 돌리게 만든 다음 오나라를 방문하였다. 오왕 부차는 선왕 합려의 유훈을 받들어 월왕 구천을 회계산에서 포위하여 항복을 받고 초나라를 공격하여 초의 수도를 함락시키는 등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이 때 오왕 부차를 보좌한 인물이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와 초나라에서 망명한 오자서와 백비가 있었다. 이러한 제후국간의 정세를 파악한 자공은 오왕 부차에게 제후국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중원에 해당하는 제나라를 견제해서 굴복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오나라의 군사력을 제나라로 향하게 하였다. 일시적으로 백비와 오왕 부차를 설득한 자공에 의해 오나라는 제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고 일시적으로 주왕실을 받들고 제후들의 회맹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근본적인 노나라의 안보를 위해 월왕 구천까지 설득한 자공에 의해 월왕 구천은 유명한 와신상담의 고사에서처럼 회맹을 하고 있던 오나라를 급습하므로서 오왕 부차를 사로 잡고 오나라를 정복하여 패망시키고 춘추 오패에 오르게 된다. 전쟁을 하고 자웅을 겨루던 제후국의 세력 판도를 읽고 결과적으로 춘추시대의 패권판도를 자공이 바꾼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의 고사, 그리고 집념의 복수를 이룬 오자서와 군주의 신임을 위해 우정을 배신한 백비, 손자병법의 손무의 전쟁지휘 같은 흥미롭고 역동적인 서사시 같은 드라마이다. 오왕 부차를 패국의 군주로 만든 미녀 서시에 대한 고사도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역사적 소재이다. 인자로 칭송 받던 태백이 세운 오나라는 춘추시대 대제후국 중에서 이러한 이유로 가장 먼저 멸망하였다. 태재 백비는 오자서의 뒤를 이어 초평왕과 간신 비무기에 의해 부형이 주륙을 당하자 오나라로 망명하여 오자서의 추천을 받고 오왕의 측근으로 활약하여 태재에 오른 인물이다. 오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왕 구천과 범리의 뇌물을 받고 월왕 구천을 살려서 놓아주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처음과 달리 태재에 오른 후 오자서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하여 결국 오자서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오왕 부차의 신임을 받았지만 오나라 망국의 오신(汚臣)이 되었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 중 관록이 가장 좋은 제자인데 노, 위, 제나라의 재상을 두루지냈고 상술에도 뛰어나 거대한 부를 축적하여 공자학당을 비롯한 공자학단 전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였던 인물이다. 자공은 공자 사후 원헌과 같은 은둔형 제자와는 달리 현실에 뛰어들어 정치와 경제에 성공한 인물이다. 거칠고 초라한 움막에 은거한 원헌을 자공이 재상이 되어 찾아갔을 때 자공은 원헌의 남루한 행색과 초라한 살림을 비웃기도 하였다. 비록 원헌이 자공에 대해 그대가 마음의 병이 들었다고 얘기하자 부끄러워 했다고 하지만, 이것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판단이 다를 것이다. 자공은 자신의 방식대로 도를 실현하였고 은자는 그이 방식대로 군자의 도를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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