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할아버지가 읽어주는 논어 (論語) - 소개말

몽그림 2022. 4. 3. 00:51

이전 글에서 한문의 첫 입문에 해당하는 천자문(千字文)에서부터 사자소학, 추구, 동몽선습, 명심보감, 격몽요결에 관해 차례로 음과 훈 그리고 해석을 살펴보았다대개 과거의 조상들은 여덟 살이 되면 천자문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글을 익히고 열다섯 살이 넘어가면 향교나 서원 또는 성균관에서 대학을 비롯한 사서삼경을 배우는 과정을 겪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엄격한 아버지나 조부 밑에서 이 과정을 배우는 경우도 있었고, 유명한 학자에게 사숙하는 경우도 있었다여기에서 논어를 공부하는 것은 첫 권에서 기초적인 소학과정의 한문공부가 끝나고 새로운 태학과정의 한문을 읽어보고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문화 사상의 뿌리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지금 시대가 바뀌었다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구태여 과거의 기억이나 기록을 부인하고 지운다 한들 우리 혈관 속에 스며들어 유전자로 변한 우리의 형질이 금새 사라질 수도 없는 일이다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의 대부분이 한문과 이런 동양 사상의 흐름에서 뿌리가 있고 자양분을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한글화한 말들도 그 의미를 터득하려면 그리고 고전을 사실대로 읽기 위해서는 여기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우리를 지배해왔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는 그 실체를 알기 전에는 고치거나 새로운 창조도 힘들 수 밖에 없다. 한문과 거기에 담긴 사상을 공부하는 것은 한글전용 또는 우리말 사랑과는 별개의 일이다.

 

논어는 그 책이름처럼 논(論) 어(語)이다. 어(語) 공자의 말이고 논(論) 공자와 그의 제자들과 토론한 것이다. 물론 증자를 비롯한 제자들의 어(語) 논(論) 포함되어 있다그러나 그것 역시 공자의 사상과 가르침의 범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공자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려면 역시 공자가 살았던 시대와 환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공자의 사상은 오랫 동안 동양 사상의 주류를 형성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공자와 그의 사상은 때로는 폄하되기도 하고 배척당하기도 하였다그러나 공자의 사상은 아직도 강열하다. 어쩌면 앞으로도 더욱 강열하게 빛날 지 모를 일이다공자와 그의 사상은 고루하며 봉건적이라고 배척만 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보다 더 뛰어나고 발전된 사상의 계발이 이루어져야 대체될 수 있는 일이다공자가 살던 시대는 주왕실에 의한 봉건적 사회였다. 그리고 철기 문화 가 인류에게 도입되던 초창기였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그러나 이러한 시대 배경만으로 그의 사상을 배척하고 배제하기에는 그의 사상은 이미 동양의 저변에 기반이 되어 굳게 자리잡고 있다공자가 살던 시대 또한 그리 간단한  고대 국가 시대가 아니다주나라 왕실이 쇠해지고 강력한 열 개 정도의 제후국과 백여 개가 넘는 군소 제후국이 병립한 시대 배경을 가진 것이 공자의 시대이다현대의 제도와 문화와는 많이 다르지만 지금 지구상의 공존하고 있는 국가의 숫자와 거의 비슷하다공자의 생각과 말이 모두 지금의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는 주장은 물론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부분도 많다예를 들면 상례의 경우 공자가 제시한 제도를 지금 시대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경건한 마음가짐에 대한 교훈은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배워야 한다그 이유를 살펴보면 공자가 말한 것의 대부분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도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의 말은 압축되어있고 강력하다. 공자의 말은 붓이 칼보다 강한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공자가 말하는 인간의 도(道)는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愠)의 자기수양의 완성을 통해 인(仁)으로 압축되어 우리에게 강력하게 다가온다자신이 교화하고자 하는 백성에 대한 예와 신이나 위정자에게 요구하는 바른 덕의 정치의 요체를 공자는 쉽고 간단하고 실행할 수 있게 가공하여 현실의 세계로 제공하고 있다그러면서도 자신의 짧은 정치실험에 대한 아쉬움과 이루지 못한 이상정치의 실현은 자신의 수양과 후학들에 대한 교육으로 승화시킨다공자는 후배들이 가히 두려워 할 만한 존재이기를 바랐다그리고 메시지를 전한다. 후생가외(後生可畏), 공자 자신도 후학들의 정진 수양에 인류의 미래를 걸어보는 것이다그리고 백성들에게 위정자를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라고 말한다양금택목(良禽擇木), 좋은 새는 나무를 잘 선택한다는 의미는 좋은 새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이것이 공자를 유학의 비조이며 학자들의 종사로 추앙하게 한 핵심이다공자의 말은 지금도 언론이나 정치에서 빈번하게 인용된다그들은 그 자신의 메시지를 공자의 말을 빌려 전하려 한다. 공자의 말을 빌려 전하는 메시지는 사실과 부합될 경우는 엄청나게 강력하다.

 

논어는 대학에서 말하는 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 관한 실체적 사례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정자(程子)는 논어를 읽어보고 세 가지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읽어보기 전후가 아무렇지 않은 사람과 읽어본 후 한 두 마디의 감동으로 그것을 쓰는 사람, 그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춤을 추며 좋아하는 사람이다논어를 깊이 있게 정독하며 그 의미를 헤아리지 않는 사람이 춤을 추며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다정자(程子) 사서(四書)를 읽을 때 대학(大學)을 먼저 읽고 다음에 논어(論語)를 읽고 그 다음에 중용(中庸)을 읽고 마지막에 맹자(孟子)를 읽는 것이 순서라고 하였다이는 인간의 학문으로써 유가의 책을 이해하자면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한 대학을 읽고, 거기에 대한 실천적 이론을 기록한 논어를 읽으라고 말한 것이다그럼에도 논어는 유학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해석과 논리를 납득할 수 있도록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논어는 한 번은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정독이 필요한 책이다. 우리가 살면서 사회생활에서나 개인적인 사생활에서나 인간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것을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다만 지금껏 공자를 내세워 형식논리에  치중하여 공자가 지적한 본질을 도외시하고 나면 공자의 사상은 공허해진다형식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진보되어야 하지만 그 본질은 인간으로서 사회생활을 한다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공자가 죽어야 산다는 논리 또한 견강부회한 형식의 틀에 갖힌 공자를 부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과거의 유학이 본질보다는 형식과 자구(字句)의 해석에 매달린 결과 사회발전에 따라 공자는 폄하되기도 하고 매몰되기도 하였다손자에게 읽어주겠다는 소박한 바람은 원문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그대로 읽어보고, 우리 사회에 원래의 메시지가 어떻게 접목되는 것이 소망스러운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조건의 선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궁극적으로 이해하였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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