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事則以理應事하고 讀書則以誠窮理하여
유사즉이리응사 독서즉이성궁리
하는 일은 이치에 맞게 하고, 책을 읽을 때는 성실하게 이치를 터득하여야 하여,
(註) 應(응할 응), 窮(다할 궁)
除二者外엔 靜坐收斂此心하여
제이자외 정좌수렴차심
이 두 가지 외에는 조용히 앉아 이런 마음을 수렴하고,
(註) 斂(거둘 렴)
使寂寂無紛起之念하고 惺惺無昏昧之失이 可也니 所謂敬以直內者如此니라
사적적무분기지념 성성무혼매지실 가야 소위경이직내자여차
매우 고요하고 어지러운 분란을 없이하여 염원하듯이 집중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서 혼매해지는 실수가 없게 하는 것이 옳으니, 이른바 마음을 바르게 하여 공경한다는 것이 이와 같이 하는 것이니라.
(註) 寂(고요할 적), 紛(어지러울 분), 惺(영리할 성), 敬(공경할 경)
여기서 공경하는 것은 자기 자신 또는 학문을 수양하는 공경하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當正身心하여 表裏如一이니 處幽如顯하며
당정신심 표리여일 처유여현
마땅히 심신을 바르게 하여 안과 밖이 같아야 함이니, 그윽한 유곡에 있어도 드러나는 것처럼,
(註) 裏(속 리), 幽(그윽할 유), 顯(나타날 현)
處獨如衆하여 使此心如靑天白日을 人得而見之니라
처독여중 사차심여청천백일 인득이견지
혼자 있지만 여럿이 있는 것처럼 하여, 푸른 하늘의 밝은 해와 같은 이러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常以行一不義, 殺一不辜而得天下라도 不爲底意思로 存諸胸中이니라
상이행일불의 살일불고이득천하 불위저의사 존제흉중
언제라도 불의한 일을 하나라도 행하고,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는다 해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슴속에 가지고 있어야 하느니라.
(註) 辜(허물 고), 底(밑 저), 胸(가슴 흉)
居敬以立其本하며 窮理以明乎善하며 力行以踐其實이니 三者는 終身事業也니라
거경이립기본 궁리이명호선 역행이천기실 삼자 종신사업야
거경이란 근본을 세우는 것에 있고, 도리를 다하는 궁리는 선을 밝게 하는 것이며, 힘써 행하는 역행은 그 실체를 실천하는 것이니, 이 세 가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니라.
(註) 居敬(거경- 마음을 경건하게 하여 이치를 추구하는 것), 窮理 (궁리- 노력하여 만물의 이치를 터득하는 것)
주자학에서 수양의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거경과 궁리, 즉 거경궁리이다. 거경은 항상 몸과 마음을 삼가하고 바르게 가지는 내적인 수양법이고 궁리는 널리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정확한 지식을 얻는 일을 말한다. 유교에서 제시하는 수양범은 공자의 충서와 극기복례, 중용에서는 신독(愼獨)과 중화(中和), 중용에서는 수제치평, 맹자에서는 존야기(存夜氣)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수양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거경은 논어 옹야편에서 나오는 말이고, 궁리는 주역 설괘전에 나오는 말인데 송나라의 이천 정이는 수양의 요체를 경(敬)이라 하고 인식의 요체를 지(知)라고 하였다. 즉 인격함양을 경이라 하고 지식함양을 지라고 한 것이다. 주자도 학자들이 해야 할 공부는 거경과 궁리로 정리하였다. 이천 정이와 주자는 인격함양의 요체인 거경이 우선된다고 하였다. 조선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성삼문의 미발 이발론(未發 已發論)이 있으니 조선초에 이에 대한 유학자들의 이론이 연구되고 정립되었다. 퇴계는 경(敬)이 마음의 주인이니 경을 잘 하면 리(理)를 궁구할 수 있다고 한 반면에 율곡은 거경과 궁리외에 력행을 포함하여 제시하고 있다.
思無邪, 毋不敬只此二句는 一生受用이라도 不盡이니 當揭諸壁上하여 須臾不可忘也니라
사무사 무불경지차이구 일생수용 불진 당게제벽상 수유불가망야
사무사(思無邪,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과 무불경(毋不敬, 공경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오직 이 두 구절만은 일생토록 받아 사용하여도 다함이 없으니, 마땅히 이것을 모든 벽 위에 써 붙이고 잠시라도 잊지 말 것이니라.
(註) 只(다만 지), 揭(들 게), 諸(모두 제), 臾(잠깐 유)
사무사(思無邪)는 공자가 논어 위정편에서 시삼백 일언이폐지왈 사무사(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 즉 시경에 수록된 시 삼백여편은 사특함이 없노라고 한 말에서 나왔다. 사무사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로 그 구체적 의미에 대한 것은 여기서 논할 바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생각이 올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 무불경은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에 나오는 말로 곡례왈 무불경 엄약사 안정사 안민재(曲禮曰 毋不敬 儼若思 安定辭 安民哉) 즉 곡례에서 이르기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 없고 무엇을 생각해도 엄숙하고 편안히 안정된 말을 하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데에서 나오는 말이다. 무불경은 원불교에서는 모든 것을 공경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이를 신앙의 기본 덕목으로 삼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무불경을 여러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모든 사물에 경건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으로 본다. 조선 유학의 기본 밑바탕을 흐르는 것이 정주학의 이론인데 이정자(정호와 정이)와 주자는 경건함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의미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모든 것에 경외심을 가지는 경건한 마음 이런 상태의 내면세계로 수양하는 것을 경(敬)이라 하여 학문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제시한 퇴계의 해석을 봐도 그게 맞지 않을 까 싶다. 더구나 율곡이 지신장 편에 수록하였음은 마음을 경건히 하고 모든 사물에 경건하여야 한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每日에 頻自點檢하여 心不存乎아 學不進乎아 行不力乎아하여
매일 빈자점검 심불존호 학불진호 행불력호
날마다 수시로 스스로를 점검하여 마음에 보존하지 않았는지, 학문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는지, 실행을 힘써 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註) 頻(자주 빈), 點(점찍을 점) ,檢(검사할 검)
有則改之하고 無則加勉하여 孜孜毋怠하여 斃而後已니라
유즉개지 무즉가면 자자무태 폐이후이
그것을 고치고 없다면 노력하고 더욱 힘써서 게을리 하지 말며 죽은 후에서야 그쳐야 하느니라.
(註) 勉(힘쓸 면), 孜(힘쓸 자),怠(게으를 태), 斃(넘어질 폐)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하고 고친다는 것은 거의 성인이나 군자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범인들이 이런 태도를 견지하기는 어렵겠지만 노력은 부단히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고칠 수 있는 것은 참다운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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