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몽요결

격몽요결 - 지신장 (持身章 第三), #1

몽그림 2022. 3. 18. 02:22

學者必誠心向道하여  不以世俗雜事로  亂其志然後에  爲學有基址라

학자필성심향도        불이세속    난기지연후     위학유기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성실한 마음으로 도를 향하여 세속의 잡된 일로 자신의 뜻을 어지럽히지 않은 후에야 학문을 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다.

 

故로  夫子曰  主忠信이라하시니  朱子釋之曰  人不忠信이  事皆無實하여  爲惡則易하고  爲善則難이라

     부자왈  주충신                주자석지왈  인불충신        사개무실       위악즉이        위선즉난

그리하여 부자(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충(忠) 신(信)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고, 주자께서 이를 해석하여 말씀하시기를, '사람에게 충과 신이 없으면 하는 일이 모두 진실함이 없어서 악(惡) 저지르기는 쉽고 선(善) 실천하기는 어렵다.

() 夫子(부자-공자를 높여 부르는 말로 스승이란 뜻 )

 

故로  必以是爲主焉이라시니  必以忠信爲主而勇下工夫然後에  能有所成就니

    필이시위주언             필이충신위주이용하공부연후     능유소성취

그러므로 반드시 이를 중심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고 하셨으니, 반드시 충과 신을 중심으로 삼고 용맹스러이 공부에 착수한 뒤에야 성취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黃勉齋所謂  眞實心地刻苦工夫兩言이  盡之矣로다  

황면재소위  진실심지   각고공부양언    진지의

면재(勉齋) 황간(黃幹) 이른바 '진실된 마음에 바탕을 두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공부하라.'는 두 마디 말에 그 뜻이 모두 담겨있다고 할 것이다.

() (재계할 재), 夫子(부자-공자를 높여 부르는 말로 스승이란 뜻 )

 

주자(朱子)남송의 유학자 주희(朱熹) 높여 부르는 말이다. 유, 불, 선의 이론을 공부하였으며 주염계와 정호, 정이의 학설을 집대성하여 주자학의 체계를 확립하였다주자는 군신, 부자, 부부의 삼강의 도리와 인의예지신의 오상의 도리를 기본체계로 하여 봉건적 질서체계를 확립하였고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에 도입되어 조선 통치철학의 기반이 되었다사서집주를 편찬하여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사서를 유학의 경전으로 체계화하였다. 면재(勉齋) 황간(黃幹)은 남송의 철학자로 면재는 그의 호이며 이름은 황간(黃幹)이다. 주희의 제자이며 주희행장, 면재집등을 저술하였다.

 

 

常須夙興夜寐하여  衣冠必正하고  容色必肅하여  拱手危坐하고

상수흥야매        의관필정       용색필        공수위좌

모름지기 항상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고 의관을 반드시 바르게 하며, 얼굴빛을 반드시 엄숙하게 하여 두 손을 모으고 무릎꿇고 앉으며,

() (일찍 ), (잠잘 매), (엄숙할 ), (두손 맞잡을 공)

 

行步安詳하며  言語愼重하여  一動一靜을  不可輕忽苟且放過라

행보안상        언어신중       일동일정     불가경홀구차방과

걸음걸이를 편안하고 조심스럽게 하며, 언어를 신중히 하여 일동일정을 가볍고 소홀히 하여 구차스럽게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된다.

() (자세할 상), (삼갈 신), (소홀히할), (진실로 구), (버금 차), 苟且(구차- 살림살이가 몸시 가난함, 말이나 행동이 떳떳하거나 버젓하지 못함)

 

행동규범에 대한 엄정함과 신중함은 유학의 형식논리로 조선시대를 지배하였다. 율곡의 이러한 입장에 섰던 반면에 퇴계는 실용논리를 주창하였다.

 

 

收斂身心은  莫切於九容이요  進學益智는  莫切於九思하니

신심     막절어구용       진학익지     막절어구사

몸과 마음을 수렴하는 방법은 구용이 으뜸이고, 배움을 진전하고 지혜를 더하는 방법은 구사가 으뜸이다.

 

所謂九容者는  足容重不輕擧也  若趨于尊長之前  則不可拘此

소위구용자     족용중  불경거야  약추우존장지전   즉불가구차

소위 구용이라는 것은, 발의 움직임을 무겁게 하는 족용중(足容重, 가볍게 거동하지 않는 것인데 어른 앞에서 종종걸음으로 걸을 적에는 이 조목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과

() (달릴 추), (거리낄 구)

 

容恭手無慢弛  無事則當端拱  不妄動

용공   수무만이  무사즉당단공  불망동

손 모양을 공손히 하는 용공(手容恭, 손을 함부로 늘어뜨리지 않음이니 일이 없을 때는 마땅히 단정히 손을 모으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과

() (게으를 만), (늦출 이)

 

目容端定其眼睫  瞻當正  不可流眄邪 

목용단   정기안첩  첨당정  불가류면사체

눈 모양을 단정히 하는 목용단(目容端, 눈동자를 안정시켜 마땅히 시선을 바르게 할 것이요, 흘려보거나 훔쳐보아서는 안 된다.)과

() (속눈썹 첩), (쳐다볼 첨), (애꾸눈 면), (흘깃볼 )

 

口容止非言語飮食之時  則口常不動

구용지   비언어음식지시  즉구상불동

입을 단정히 다무는 구용지(口容止, 말하거나 음식을 먹지 않을 때는 입은 항상 움직이지 않는다.)와

 

聲容靜當整攝形氣  不可出咳等雜聲

성용정   당정형기  불가출홰해등

목소리를 정숙히 하는 성용정(聲容靜, 당연히 형기를 가다듬고 구역질이나 트림을 하는등 잡소리를 내지 않음)과

() (몰아잡을 ), (천천히 가는 모양 홰), (기침 해)

 

頭容直當正頭直身不可傾回偏倚 

두용직   당정두직신불가경회편의    

머리모양을 단정하게 하는 두용직(頭容直, 당연히 머리를 바르게 세우고 몸을 곧게하며 기울려 돌리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과

() (치우칠 편), (의지할 의)

 

氣容肅當調和鼻息  不可使有聲氣

기용   당조화비식  불가사유성기    

기운을 엄숙하게 하는 기용숙(氣容肅, 마땅히 호흡을 고르게 하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다.)과

 

立容德,  中立不倚  儼然有德之氣像

입용덕   불의  엄연유덕지기상

덕스럽게 서있는 모습의 입용덕(立容德, 가운데로 바로서고 기대지 않으며 덕스러운 기상을 지닐 것)과

() (의젓할 엄)

 

色容莊이요  顔色整齊  無怠慢之氣

색용장        안색정제  무태만지기

얼굴색을 장중하게 하는 색용장(色容莊, 얼굴빛을 정제하고 태만한 기색이 없어야 한다.) 이다.

 

율곡은 격몽요결에서 지신을 하는 용모 즉 형식적인 인간의 규범을 구용으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구용(九容)은 걸음걸이(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止), 목소리(聲容靜), 머리(頭容直), 태도(氣容肅), 자세(立容德), 표정(色容莊)아홉가지 용모와 몸가짐에 대한 것을 행동규범을 정리하여 제시하였다너무나 엄격한 듯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형식논리가 실제를 지배한다는 그의 생각과 교육관을 볼 수 있다심지어 아내와의 잠자리에서도 격식과 예를 강조하였다고 하여 퇴계는 율곡의 자손이 귀할 것이라고 염려를 하였다고 한다실제로 율곡은 정처인 곡산 노씨와의 사이에서는 자식이 없으며 첩인 김씨에게서 두 명의 자녀만을 두었다고 한다율곡은 또한 구봉 송익필과 친교를 맺고 있었으나 구봉의 아비인 송사련이 안처겸을 무고하여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 관직을 얻었던 사실과 구봉이 서얼 출신인 점을 고려하여 자신의 자녀와의 혼사를 거절하여 위선의 유학자로 비난받았다는 사실도 야사에 전해온다송익필은 김장생을 가르친 유가와 도가의 대가였기에 율곡과 친교가 남달랐지만 율곡의 형식과 명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所謂九思者는  視思明視無所蔽  則明無不見  

소위구사자    시사명,   시무소폐  즉명무불견  

소위 구사(九思)라는 것은 볼 때는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는 시사명(視思明, 시선에 가리는 바가 없으면 분명하여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聽思聰 聽無所壅  則聰無不聞

청사총,   청무소옹  즉총무불문

들을 때는 분명히 들을 것을 생각하는 청사총(聽思聰, 들을 때 막히는 바가 없으면 분명하여 듣지 못하는 것이 없다.),

 

色思溫容色和舒  無忿之氣

색사온,   용색화서  무분려지기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는 색사온(色思溫, 얼굴빛이 온화하고 부드러워 화를 내거나 사나운 기색이 없어야 한다.),

 

貌思恭一身儀形  無不端莊 

모사공   일신의형  무불단장

용모는 공손함을 생각하는 모사공(貌思恭, 일신의 태도가 단정하고 씩씩하지 않음이 없게 한다.),

 

言思忠一言之發  無不忠信

언사충  일언지발  무불충신

말은 진실할 것을 생각하는 언사충(言思忠, 한 마디 말이라도 진실하지 않음이 없게 한다.),

 

事思敬一事之作  無不敬愼

사사경   일사지작  무불경신

일은 신중하게 할 것을 생각하는 사사경(事思, 한 가지 일이라도 신중하고 조심하지 않음이 없게 한다.),

 

疑思問有疑于心  必就先覺審問  不知不措

의사문   유의우심  필취선각심문  지불조

의심이 나면 질문할 것을 생각하는 의사문(疑思問, 마음속에 의심이 있으면 반드시 선각자에게 나아가 자세히 물어서 모르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忿思有忿必懲  以理自勝

분사   유분필징  이리자승

분할 때는 환난을 생각하는 분사난(忿思難, 분을 반드시 징계하여 이치로써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見得思義,  臨財必明義利之辨  義然後取之니라

견득사의   임재필명의리지변  의연후취지

얻을 것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는 견득사의(見得思義, 재물을 마주했을 때는 반드시 밝게 의리를 구분하여, 의에 부합된 뒤에야 취한다.)이다.  

 

 

常以九容九思로  存於心而檢其身하여  不可頃刻放捨요  且書諸座隅하여  時時寓目이니라

상이구용구사     존어심이검기신        불가경각방사    차서제좌우        시시우목

항상 구용과 구사를 마음속에 두고 자신의 몸을 단속하여 잠깐 동안이라도 놓아버리지 말 것이며, 또 이것을 앉는 자리의 귀퉁이에 써 붙여놓고 때마다 눈으로 붙여 보아야 할 것이다.  

() (모퉁이 우), (살 우)

 

구용이 형식적인 논리라면 구사는 정신적인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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