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玭嘗著書, 戒其子弟曰,
유변상저서 계기자제왈
유변이 글로 써서 그의 자제들에게 경계하도록 하였다.
壞名災己, 辱先喪家, 其失尤大者五, 宜深誌之.
괴명재기 욕선상가 기실우대자오 의심지지
명예를 훼손하고 자신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며, 조상을 욕되게 하고, 집안을 망치는 잘못 중에 가장 큰 잘못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이 다섯 가지를 마음에 새겨두도록 하여라.
其一, 自求安逸, 靡甘澹泊, 苟利於己, 不恤人言.
기일 자구안일 마감담박 구이어기 불휼인언
첫째,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하여 담박한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其二, 不知儒術, 不悅古道, 懵前經而不恥, 論當世而解頤, 身旣寡知, 惡人有學.
기이 불지유술 불열고도 몽전경이불치 논당세이해이 신개과지 악인유학
둘째 유학의 도리를 알지 못하고 옛 도리를 좋아하지 않으며,옛 경서에 대해 몽매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당대의 일을 함부로 논하여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고 자신의 천박한 지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학식을 미워하는 것이다.
其三, 勝己者厭之, 佞己者悅之, 唯樂戱談, 莫思古道, 聞人之善嫉之, 聞人之惡揚之,
기삼 승기자염지 영기자열지 유락희담 막사고도 문인지선질지 문인지악양지
셋째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미워하고 자신에게 아첨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다만 농담하기를 좋아하고 옛 도리를 생각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선한 행동이나 말을 들으면 미워하고 남의 악한 행동이나 말을 들으면 들춰낸다.
浸漬頗僻, 銷刻德義, 簪裾徒在, 廝養何殊.
침지파벽 소각덕의 잠거도재 시양하수
이리하여 점차 간사스런 행실로 덕과 의리를 상실하게 되면 의관을 갖추고 있다고 하여도 천한 노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其四, 崇好優游, 耽嗜麯蘖, 以啣盃爲高致, 以勤事爲俗流. 習之易荒, 覺已難悔.
기사 숭호우유 탐기국얼 이함배위고치 이근사위속류 습지역황 각이난회
넷째 한가히 놀기를 숭상하여 좋아하고 술을 즐겨 마시는 것이다. 그래서 술 마시는 것을 고상한 운치로 생각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을 비속한 무리들이 하는 일로 여긴다. 이런 습관이 있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기 쉬워서 잘못을 깨닫는다 해도 뉘우치기 어렵다.
其五, 急於名宦, 匿近權要, 一資半級, 雖或得之, 衆怒群猜, 鮮有存者.
기오 급어명환 익근권요 일자반급 수혹득지 중노군시 선유존자
다섯째 높은 벼슬을 얻기에 급급하여 권세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을 은밀히 가까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하여 작은 벼슬을 혹시 얻어도 다른 사람이 분노하고 시기하므로 그 자리 또한 보전하기 어렵다.
余見名門右族, 莫不由祖先忠孝勤儉, 以成立之,
여견명문우족 막불유조선충효근검 이성립지
내가 보기에는 명문귀족들은 어느 집이나 그 조상들에 대한 충효의 마음과 근검한 생활태도 때문에 명성을 얻었으나
莫不由子孫頑率奢傲, 以覆墜之.
막불유자손완솔사오 이복추지
자손들의 완악하고 경솔하며 사치하고 교만한 태도로 몰락하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成立之難如升天, 覆墜之易如燎毛.
성립지난여승천 복추지이여요모
명문귀족이 되기는 하늘에 올라가는 것처럼 어렵고, 몰락하기는 터럭을 태우는 것 만큼 쉬운 일이다.
言之痛心, 爾宜刻骨.
언지통심 이의각골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뼈에 새기도록 하여라.
(註1) 玭(소리나는 진주 빈,구슬 변), 災(재앙 재), 尤(더욱 우), 靡(쓰러질 미), 恤(구휼할 휼), 懵(어리석을 몽), 頤(턱 이), 寡(적을 과), 佞(아첨할 녕), 嫉(시기할 질), 揚(날릴 양), 浸(적실 침), 漬(담글 지), 頗(비뚤어질 파), 僻(후미질 벽), 銷(녹일 소),刻(새길 각), 簪(비녀 잠), 裾(자락 거), 廝(하인 시), 殊(뛰어날 수), 耽(즐길 탐), 嗜(즐길 기), 麯(누룩 국), 蘖(서자 얼), 啣(재갈 함), 宦(벼슬 환), 匿(숨을 익), 猜(시기할 시), 頑(완고할 완), 奢(사치할 사), 傲(거만할 오), 墜(떨어질 추), 升(되 승), 燎(햇불 요), 靡甘澹泊(미감담박-맑고 깨끗한 생활을 즐겨하지 않음), 不恤人言(불휼인언-다른 사람의 말을 근심하지 않음), 浸漬(침지-젖는 것), 頗僻(파벽-중용의 바른 도리를 잃는 것), 麴蘖(국얼-누룩으로 만든 술), 簪裾徒在(잠거도재-의관만 갖추어 겉치레만 하고 속은 비어있음), 名宦(명환-좋은 벼슬), 匿近權要(익근권요-권력자에게 남몰래 접근하는 것)
(註2) 유변이 지은 유씨가훈(柳氏家訓)에 나온다. 유변은 당나라 사람으로 이름이 변이고 자는 직청(直淸)이며 이부시랑과 어사대부를 지낸 인물이다. 명문가로 발돋움하는 것이 어렵고도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현대와 같은 첨단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데 무슨 명문가 타령이냐고 비난할 수 있지만, 지금도 명문가는 존재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또 최고의 명예를 얻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그 명성을 없애거나 무너뜨리는 것은 불과 찰나와 같은 순간에도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근대화 사회에서도 수많은 재벌들이 생겼다가 사라졌으며, 영원할 것만 같은 부귀와 명예도 순식간에 스러져 간 것을 볼 수 있다. 자신과 주변의 관리가 철저해야 하지만 이것 또한 필요 충분조건이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야 하며 안정되고 안전하지 않으면 그것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가지지 못할 능력과 역량으로는 명문가의 꿈조차 꾸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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