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蠋曰, 忠臣不事二君, 烈女不更二夫.
왕촉왈 충신불사이군 열녀불경이부
왕촉이 말하길,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으며,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
(註1) 蠋(나비애벌레 촉), 更(고칠 경,갈 경)
(註2) 사마천의 사기(史記) 전단열전(田單列傳)에 소개된 글이다. 전단이라는 제나라를 구한 충신에 대한 애기가 전단열전인데, 반대로 제나라를 멸망직전까지 몰고간 명장 악의는 악의열전에 소개되어 있다. 이 얘기는 충신과 나라 간 명운을 건 대결, 그리고 합종연횡과 나라의 이익을 위한 배신, 사랑의 얘기를 담고 있다. 전국시대 제민왕 시절 나라의 힘을 믿고 교만해진 제민왕은 약소 인접국인 연나라를 침략하여 초토화 시키고 연나라 쾌왕을 죽였으며, 이웃 여러 제후국에 교만스런 행동을 하고, 자신을 황제의 위로 격상시키고 있었다. 제나라의 역사를 보면 일본의 간교함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감정과 분노로 제나라에 복수를 꿈꾸던 연나라 소왕은 위문후의 장군이었던 악양장군의 후손 악의를 초빙하여 아경으로 삼고 제나라에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악의는 상장군에 임명되자 초, 위, 한, 조와 동맹을 맺고 연합군을 편성하여 제나라를 쳐들어가 크게 이겼다. 제후국의 군사가 돌아간 뒤에도 악의는 제나라 수도인 임치성을 포위하여 무너뜨렸고, 제민왕은 거땅으로 달아났다. 나라가 패망하게 되자 제민왕은 과거 자신이 초나라를 쳤던 것을 사과하고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자, 초왕은 장군 요치를 보내 구원하게 하면서 만약의 경우 제민왕을 죽일 것을 밀명하였다. 멸망직전에 이른 제민왕은 초나라 장수 요치에게 제나라를 일임하며 빌붙어 살아날 궁리를 도모하였지만, 요치는 제민왕을 사로잡아 대들보에 매어놓고 다리에 힘줄을 뽑고 굶겨서 고통속에 죽게 하였다.
이 때 제나라에 세 명의 충신열사가 있었으니, 전단과 공손가, 왕촉이 그들이다. 전단은 제 수도인 임치성의 하급관리로 즉묵으로 피난가면서 수레에 쇠로 보강하여 종족을 모두 무사히 피난하게 하였다. 즉묵현의 백성들이 전단의 현명함을 듣고 그를 장군으로 추대하였다. 전단은 연나라 소왕이 죽고 악의와 사이가 나빴던 그의 아들인 혜왕이 즉위하자 정벌하고 있던 악의와 이간책을 썼고, 연혜왕은 악의를 의심하여 다른 장군인 기겁을 파견하였다. 기회를 타서 전단이 기묘한 계책으로 소수 정병을 이끌고 연의 장군 기겁을 대차하여 죽이자, 제나라 백성들이 곳곳에서 호응하여 연나라군을 몰아내고 마침내 임치성을 수복하였다. 한편 제민왕의 태자인 법장은 태사 교의 집에 숨어 하인으로 일하고 잇었다. 태사 교의 딸은 법장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침내 사람들은 법장을 찾아 제양왕으로 세웠고 교의 딸은 왕후가 되었다. 악의가 처음 제나라에 쳐들어 와서 획읍에 왕촉이라는 현자가 있음을 듣고, 획읍을 치지 않으면서 사람을 보내 부장의 벼슬과 만호의 봉토를 주겠다며 회유하였다. 왕촉은 악의장군의 회유와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나무에 목을 매어 죽었는데, 죽을 때 한 말이 바로 "충신불사이군 열녀불경이부"라는 말을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제나라의 관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탄복하며 무관의 현자가 하물며 이런 의리를 지켰는데 궐기하자고 힘을 보탰다. 공손가 역시 제민왕을 모시던 하급관리 였으나, 제민왕의 비참한 죽음을 듣고 의병을 이끌고 초나라 장수 요치를 습격하여 죽였다.
이 고사에서 비롯된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두 남편을 받들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광풍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였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할 때 수많은 신하들과 문사들이 불사이군을 외치며 절개를 지키다 죽었고, 세조 때 사육신을 비롯한 단종의 신하들또한 갖은 악형을 무릅쓰고 멸문과 죽음의 길을 택하였다. 조선의 아녀자들은 남편이 초혼에 일찍 죽어도 개가를 할 수 없었고, 병자호란과 같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국가환란의 사태에서도 자결하거나, 환향녀가 될 수 밖에 없는 극한의 잔혹사를 남기고 말았다. 문제는 나라를 구한 악의와 전단 역시 다른 나라로 도망쳐 구생을 해야 했으니, 당나라 위징이 말한 충신과 양신의 의미를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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