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路從而後, 遇丈人, 以杖荷蓧.
자로종이후 우장인 이장하조
자로가 공자를 따르던 중 뒤에 쳐졌다. 연장자를 만났는데 지팡이로 삼태기를 메고 있었다.
子路問曰, 子見夫子乎?
자로문왈 자견부자호
자로가 묻기를 ‘선생께서는 우리 선생님을 보셨는지요?’라고 물었다.
丈人曰, 四體不勤, 五穀不分. 孰爲夫子? 植其杖而芸.
장인왈 사체불근 오곡불분 숙위부자 식기장이운
그 연장자가 말하길 ‘사지를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오곡을 분별치 못하거늘 누가 선생이란 말이오?’하고는 지팡이를 땅에 꽂아놓고 김을 매었다.
子路拱而立. 止子路宿, 殺雞爲黍而食之, 見其二子焉.
자로공이립 지자로숙 살계위서이사지 현기이자언
자로가 공손히 두 손을 마주 잡고 서있었다. 그는 자로를 재워 주면서 닭을 잡고 기장으로 밥을 해 먹이고 그의 두 아들을 인사하게 하였다.
明日, 子路行以告. 子曰, 隱者也. 使子路反見之.
명일 자로행이고 자왈 은자야 사자로반견지
다음날 자로가 공자에게 고하자, 공자께서는 ‘은자로구나.’하고 말씀하시고, 자로에게 되돌아가 인사하도록 시켰다.
至則行矣. 子路曰, 不仕無義.
지즉행의 자로왈 불사무의
자로가 갔으나 이미 떠나 버렸다. 자로가 말하길 ‘출사하지 않았으니 의리가 없는 것이다.
長幼之節, 不可廢也, 君臣之義, 如之何其廢之?
장유지절 불가폐야 군신지의 여지하기폐지
어른과 아이간의 예절은 폐할 수 없는데, 군신간의 의리를 폐하겠는가?
欲絜其身, 而亂大倫. 君子之仕也, 行其義也. 道之不行, 已知之矣.
욕결기신 이란대륜 군자지사야 행기의야 도지불행 이지지의
자신의 몸을 청결히 하려고 하지만 큰 인륜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군자가 출사하는 것은 그 의리를 실행하는 것이다. 도가 실행되지 않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라고 하였다.
(註1) 遇(만날 우), 丈(어른 장), 杖(지팡이 장), 荷(연 하), 蓧(삼태기 조), 勤(부지런할 근), 孰(누구 숙), 芸(향초이름 운), 拱(두손 맞잡을 공), 雞(닭 계), 黍(기장 서), 廢(폐할 폐), 仕(벼슬할 사), 絜(헤아릴 혈,깨끗할 결), 倫(인륜 륜), 丈人(장인-연장자,노인장), 食(밥 식,먹일 사)
(註2) 장인 역시 은자다 (장인, 역은자 丈人, 亦隱者). 조는 대나무 그릇이다 (조, 죽기 蓧, 竹器). 분은 분별이다 (분, 변야 分, 辨也). 오곡도 분별하지 못한다 함은 숙맥 (菽麥, 콩과 보리)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으니, 농사를 짓지 않고 스승을 따라 멀리 떠돈다고 자로를 책한 것이다 (오곡불분, 유언불변숙맥이, 책기불사농업이종사원유야 五穀不分, 猶言不辨菽麥爾, 責其不事農業而從師遠遊也). 식은 꽂아 세우는 것 (식, 입지야 植, 立之也), 운은 풀을 제거하는 것이다 (운, 거초야 芸, 去草也). 그가 은자임을 알고서 공경한 것이다 (지기은자, 경지야 知其隱者, 敬之也). 공자가 자로로 하여금 돌아가 만나게 한 것은 대개 군신의 의리를 알려 주려 한 것인데 (공자사자로반견지, 개욕고지이군신지의 孔子使子路反見之, 蓋欲告之以君臣之義), 장인은 자로가 틀림없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던 까닭에 먼저 떠나 그 종적을 없앴으니, 또한 접여의 뜻과 같다 (장인의자로필장부래, 고선거지이멸기적, 접여지의야 丈人意子路必將復來, 故先去之以滅其跡, 接輿之意也). 자로가 공자의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자로술부자지의여차 子路述夫子之意如此). 아마 장인이 자로를 대함이 심히 거만했지만 자로는 더욱 공손했다 (장인지접자로심거, 이자로익공 丈人之接子路甚倨, 而子路益恭). 이에 노인이 그 두 아들을 인사시켰으니, 장유의 예절은 본디 폐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장인인견기이자언, 즉어장유지절, 고지기불가폐의 丈人因見其二子焉, 則於長幼之節, 固知其不可廢矣). 따라서 잘 알고 있는 바를 가지고 깨닫게 한 것이다 (고인기소명이효지 故因其所明以曉之). 윤은 질서이다 (윤, 서야 倫, 序也). 사람의 큰 윤리는 다섯이니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다 (인지대윤유오: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시야 人之大倫有五: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是也). 벼슬하는 것은 군신의 의를 행하는 것이다 (사소이행군신지의 仕所以行君臣之義). 그러므로 비록 도가 행해지지 않을 것을 알더라도 폐할 수 없는 것이다 (고수지도지불행이불가폐 故雖知道之不行而不可廢). 그러나 의라 했으니, 일의 가부와 몸의 거취는 또한 그 자체로 구차스럽게 할 수 없다 (연위지의, 즉사지가부, 신지거취, 역자유불가구자 然謂之義, 則事之可否, 身之去就, 亦自有不可苟者). 이 때문에 비록 몸을 깨끗이 하여 인륜을 어지럽히지 않으니 또한 의를 잊고 녹을 좇지도 않는 것이다 (시이수불결신이난륜, 역비망의이순록야 是以雖不潔身以亂倫, 亦非忘義以殉祿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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