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배움의 목적

천자문은 4자(字)를 한 구(句)로 하여 250개의 구로 쓰여져 있다.  한문의 자(字)와 훈(訓)을 배우기 위해 초학자의 교재로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고 한문을 배우기 시작하면 제일 처음 배우는 책이다.  그러나 천자문이라고 해서 쉬운 기초적인 한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자에 따라서는 지금은 자주 쓰이지 않고 어려운 글자도 있고 한 구(句)마다 그 의미는 깊이가 있다.  지금은 한문을 처음 배우는 서책으로 대하고 글자의 음音과 훈訓을 익히고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면 된다.

 

천자문은 중국사람이 쓴 책이므로 중국의 지명과 문물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한문이 우리나라의 한글과는 체계도 다르고 중국에서 사용된 문자이므로 발음이 다르고 의미의 변형도 약간은 있다.  더구나 지금 중국에서는 현대의 간체자(簡體字)를 쓰고 있으므로 중국어를 공부하고 배우기 위해 천자문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천자문에서 배워야 할 것은 우리가 쓰는 한자의 음과 훈이고 나아가 글자를 구성하는 획과 쓰는 순서가 우선이다.  물론 천자문에서는 네 개의 글자로 한 구(句)를 만들고 두 구(句)를 연결하면 하나의 문장(文章)이 된다.  이러한 천자문의 구(句)와 문장(文章)에 대해 해석과 철학적 의미를 다시 주해(註解)하는 서책도 많다.  

 

천자문은 유가적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사상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만든 책도 아니고 거기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글자를 익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천자문으로 배우는 한자는 근대 이전 중국과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번체자(繁體字)인데, 지금 중국에서는 현대의 간체자(簡體字)를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천자문의 목적은 중국어를 공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위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지금 인성이 피폐해지고 우리의 몸에 흐르는 유가적인 윤리와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문 글자와 상식을 손자들에게 가르쳐 주고 설명해 주려는 데 있다.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 사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로 한문을 공부하는 것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말과 단어의 어원이 한문에서 파생되었고 근세 이전의 기록물이 모두 한자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한문과 전통사상을 손자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천자문에 포함된 중국의 과거 문물도 곁들여 알아두는 것도 손해될 일은 없고 또한 천자문은 전통적으로 할아버지가 손자를 위해 많이 가르치던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