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居家 當謹守禮法 以率妻子及家衆
범거가 당근수례법 이솔처자급가중
무릇 집에서 거처할 때는 당연히 예법을 지키고 삼가하여 처자와 집안의 여러 무리들을 거느려야 한다.
(註) 謹(삼갈 근), 率(거느릴 솔), 衆(무리 중)
分之以職 授之以事 而責其成功
분지이직 수지이사 이책기성공
그들에게 직책을 나누어 주고 할 일을 맡겨 그들이 성공하도록 책임을 부여하도록 한다.
(註) 職(직책 직), 授(줄 수), 責(꾸짖을 책)
制財用之節 量入而爲出
제재용지절 양입이위출
가재를 절도있게 사용하여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하도록 한다.
稱家之有無 以給上下之衣食 及吉凶之費 皆有品節 而莫不均一
칭가지유무 이급상하지의식 급길흉지비 개유품절 이막불균일
가재의 유무를 저울질하여 상하 사람들에게 옷과 음식, 길흉사의 비용을 지급해주고 모두 품위있고 절도있게 하여 불균일한 일이 없도록 한다.
(註) 稱(저울대 칭), 給(공급할 급)
裁省冗費 禁止奢華 常須稍存贏餘 以備不虞
재생용비 금지사화 상수초존영여 이비불우
쓸데없는 비용은 줄여 없애고 사치하고 호화스러운 것을 금하면 끝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 이로써 근심되는 일에 대비할 수 있느니라.
(註) 裁(마를 재), 省(죽일 생), 冗(쓸데없을 용), 奢(사치할 사), 華(빛날 화), 稍(끝 초, 구실 소), 贏(남을 영), 備(갖출 비), 虞(근심할 우)
집안의 가장이 지켜야 할 자세를 일렀다. 노복과 여러 식객을 거느림에도 이러한 절도있는 생활로 살림을 꾸려나가도록 한다면 집안을 다스리는 데는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冠婚之制 當依家禮 不可苟且從俗
관혼지제 당의가례 불가구차종속
관례와 혼례의 제도는 당연히 가례를 따를 것이며 구차스럽게 세속을 따라서는 안 된다.
(註) 冠(갓 관), 婚(혼인할 혼), 苟(진실로 구), 且(버금 차)
兄弟 同受父母遺體 與我如一身
형제 동수부모유체 여아여일신
형제는 부모가 물려주신 몸을 같이 받았으니 나와 더불어 한 몸과 같다.
視之 當無彼我之間 飮食衣服有無 皆當共之
시지 당무피아지간 음식의복유무 개당공지
형제 보기를 마땅히 저와 나의 구분이 없게 하고, 음식과 의복의 있고 없음을 모두 당연히 같이 나눠야 한다.
設使兄飢而弟飽 弟寒而兄溫 則是一身之中 肢體或病或健也 身心 豈得偏安乎
설사형기이제포 제한이형온 즉시일신지중 지체혹병혹건야 신심 기득편안호
만약 형은 굶주리고 아우는 배부르거나, 아우는 추운데 형은 따뜻하다면, 지체(肢體)가 어떤 것은 병들고 어떤 것은 건강한 것이니, 몸과 마음이 어찌 편안할 수 있으리오?
今人 兄弟不相愛者 皆緣不愛父母故也
금인 형제불상애자 개연불애부모고야
요즘 사람들이 형제간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모두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若有愛父母之心 則豈可不愛父母之子乎
약유애부모지심 즉기가불애부모지자호
만약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찌 그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兄弟 若有不善之行 則當積誠忠諫 漸喩以理 期於感悟 不可遽加厲色拂言以失其和也
형제 약유불선지행 즉당적성충간 점유이리 기어감오 불가거가려색불언이실기화야
형제가 만일 좋지 못한 행실이 저지르면 마땅히 정성을 다하여 간하고, 점차 도리로써 일깨우고 감동하여 깨닫게 하기를 기약할 것이요, 갑자기 노여운 낯빛과 거슬리는 말을 하여 그 화합함을 잃어서는 안되느니라.
(註) 漸(점점 점), 喩(깨우칠 유), 悟(깨달음 오), 遽(급할 거), 厲(갈 려,문둥병 라), 拂(떨칠 불)
今之學者 外雖矜持 而內鮮篤實
금지학자 외수긍지 이내선독실
지금 배운 사람들은 겉으로는 비록 엄숙하지만 안으로는 독실한 사람이 드물다.
(註) 矜(자랑할 긍), 鮮(고울 선,드물 선), 篤(도타울 독)
夫婦之間, 袵席之上 多縱情慾 失其威儀
부부지간 임석지상 다종정욕 실기위의
부부간에 잠자리에서 대부분이 함부로 정욕을 내어 위엄과 의례를 잃는 경우가 많다.
(註) 袵(옷섶 임), 袵席(임석-부부가 동침하는 잠자리)
故 夫婦不相昵狎而能相敬者甚少
고 부부불상니압이능상경자심소
그러므로 부부가 서로 흉허물없이 가깝지 않고 서로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 심히 적다.
(註) 昵(친할 닐), 狎(익숙할 압), 昵狎(닐압-아무 흉허물없이 사이가 가까운 것)
如是而欲修身正家 不亦難乎
여시이욕수신정가 불역난호
이와 같다면 수신을 하고 집안을 바로잡고자 하여도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必須夫和而制以義 妻順而承以正 夫婦之間 不失禮敬然後 家事可治也
필수부화이제이의 처순이승이정 부부지간 불실예경연후 가사가치야
반드시 모름지기 남편은 화합하는 태도로 올바르게 제어하고, 아내는 유순하며 올바른 도리로써 받들어 부부 사이에 예의와 공경을 잃지 않은 후에 집안을 다스릴 수 있다.
若從前相狎 而一朝 遽欲相敬 其勢難行
약종전상압 이일조 거욕상경 기세난행
만약 종전에 서로 허물 없이 대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서로 공경하고자 한다면 그 형세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須是與妻相戒 必去前習 漸入於禮 可也
수시여처상계 필거전습 점입어례 가야
모름지기 아내와 더불어 서로 경계하여 반드시 예전의 습관을 버리고 점차적으로 예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 일이다.
妻若見我發言持身 一出於正 則必漸相信而順從矣
처약견아발언지신 일출어정 즉필점상신이순종의
아내가 만일 나의 말과 처신이 한결같이 바른 도리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되면 반드시 점차 서로 믿고 순종할 것이니라.
율곡의 이기일원론적 관점에서 이 가르침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이(理)와 기(氣)는 조선 성리학의 주요한 토론 테마였고 활발한 연구를 한 부분이지만 일반인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이(理)는 천성적이며 천품의 성(性)을 말하는 것으로 형이상학적 개념이고, 기(氣)는 후천적이며 현실적이고 형이하학적 개념으로 정리하는 것이 그나마 이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율곡은 이(理)와 기(氣)를 하나의 분리할 수 없는 합일체로 보고 한비자의 법가적 사상과 유사한 후천적인 교화와 계도에 중점이 있는 반면, 퇴계의 이기이원론은 이(理)는 천성으로 불변이며 기(氣)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사상적 대립은 퇴계가 주자의 논리를 수용한 것이라면 율곡은 자신의 새로운 관점을 가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 깊은 사상에 대한 탐구는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율곡의 이러한 주장은 부부간에 서로가 하나의 공동체이긴 하지만 부부유별을 강조하여 예의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연결된다. 부부간의 문제에 규범을 제시하고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가부는 각자가 생각할 문제일 것이다.
生子 自稍有知識時 當導之以善
생자 자초유지식시 당도지이선
자식을 낳아 지식이 생길 때부터 마땅히 착하게 지도해야 한다.
(註) 稍(점점 초,끝 초, 구실 소), 識(알 식), 導(인도할 도)
若幼而不敎 至於旣長 則習非放心 敎之甚難
약유이불경 지어기장 즉습비방심 교지심난
만약 어리다고 가르치지 않고 이미 장성한 후에 이르러 잘못된 것을 익히고 마음이 풀어진 다음에는 이를 가르치기가 심히 어렵다.
敎之之序 當依小學
교지지서 당의소학
가르치는 순서는 마땅히 소학(小學)을 따라야 한다.
大抵一家之內 禮法與行 簡編筆墨之外 無他雜技 則子弟亦無外馳畔學之患矣
대저일가지내 예법여행 간편필묵지외 부타잡기 즉자제역무외치반학지환의
대저 한 집안에 예법이 행해지고 서간이나 책, 붓과 묵 이외에 다른 잡기가 없으면, 자제들 또한 마음을 밖으로 달려 배움을 저버리는 우환이 없게 된다.
(註) 抵(막을 저), 簡(편지 간), 編(엮을 편), 筆(붓 필), 墨(먹 묵), 馳(달릴 치), 畔(두둑 반), 患(근심 환)
兄弟之子 猶我子也 其愛之, 其敎之 當均一 不可有輕重厚薄也
형제지자 유아자야 기애지 기교지 당균일 불가유경중후박야
형제의 자식은 내 자식과 같으니 그를 사랑하고 가르치기를 마땅히 균일하게 하고 경중과 후박을 두어서는 안 되느니라.
(註) 猶(오히려 유), 薄(엷을 박)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교육시키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부모된 사람이 가장 신경을 쓰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녀의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격몽요결에서 제시한 율곡의 방식이 당시의 상황으로는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어릴 때부터 개성과 적성을 개발하는 것이 대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을 만들고 이끌어 주는 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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