濂溪先生曰 巧者言하고 拙者黙하며 巧者勞하고 拙者逸하며
염계선생왈 교자언 졸자묵 교자노 졸자일
염계 선생이 말하기를 '교자(巧者)는 말잘하고 졸자(拙者)는 침묵하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한가하다.
(註) 濂(내이름 렴), 溪(시내 계), 巧(공교로울 교), 拙(졸할 졸), 逸(편안할 일)
巧者賊하고 拙者德하며 巧者凶하고 拙者吉하나니
교자적 졸자덕 교자흉 졸자길
교자는 남을 해치고 졸자는 덕성스러우며, 교자는 흉(凶)하고 졸자는 길(吉)하다.
(註) 賊(도둑 적), 凶(흉할 흉)
嗚呼라 天下拙이면 刑政이 撤하여 上安下順하며 風淸弊絶이니라
오호 천하졸 형정 철 상안하순 풍청폐절
아아! 천하가 졸(拙)하면 형벌로 다스리는 정치가 없어져,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는 순종하며, 풍속이 맑고 폐단이 없어지리라.'고 하였다.
(註) 嗚(탄식할 오), 呼(부를 호), 撤(거둘 철), 弊(폐단 폐), 絶(끊을 절)
염계는 북송의 유학자인 주돈이(周敦頤)를 말하며, 염계는 그의 호이다. 주자(周子)로도 부르지만 주희를 부르는 주자(朱子)와는 다른 인물이다.
易曰 德微而位尊하고 智小而謀大면 無禍者鮮矣니라
역왈 덕미이위존 지소이모대 무화자선의
주역(周易)에 이르길 '덕(德)은 경미해도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크게 꾀하면 화를 당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였다.
(註) 微(작을 미), 尊(높을 존), 鮮(고울 선,적을 선)
說苑曰 官怠於宦成하고 病加於小愈하며 禍生於懈惰하며 孝衰於妻子니 察此四者하여 愼終如始니라
설원왈 관태어환성 병가어소유 화생어해타 효쇠어처자 찰차사자 신종여시
설원(說苑)에 이르길 '관리는 지위를 이루면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아진 데서 심해지며, 재앙은 게으르면 생기고, 효도는 처자에서 약해진다. 이 네 가지를 살펴서 끝까지 삼가 끝맺음을 처음과 같이 할지니라.'고 하였다.
(註) 苑(나라동산 원), 怠(게으를 태), 宦(벼슬 환), 愈(더욱 유), 懈(게으를 해), 惰(게으를 타), 衰(쇠할 쇠), 此(이를 차)
설원은 한나라대에 유향이 편찬한 설화집이다.
器滿則溢하고 人滿則喪이니라
기만즉일 인만즉상
그릇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은 가득 차면 죽는다.
(註) 滿(찰 만), 溢(넘칠 일), 喪(죽을 상)
尺璧非寶요 寸陰是競이니라
척벽비보 촌음시경
한 자(1척, 대략 33cm) 구슬이 보배가 아니니 광음(光陰, 짧은 시간)을 다투어라.
(註) 璧(둥근옥 벽), 寶(보배 보), 陰(그늘 음), 競(다툴 경)
羊羹이 雖美나 衆口는 難調니라
양갱 수미 중구 난조
양고기 국이 비록 맛은 좋지만, 여러 사람의 입을 맞추기는 어렵다.
(註) 羹(국 갱), 衆(무리 중), 調(고를 조)
益智書云 白玉은 投於泥塗라도 不能汚穢其色이요 君子는 行於濁地라도 不能染亂其心하나니
익지서운 백옥 투어니도 불능오예기색 군자 행어탁지 불능염란기심
익지서(益智書)에서 이르기를 '백옥은 진흙 속에 던져도 그 빛이 더럽혀지지 않고 군자는 혼탁한 곳에 가도 그 마음이 더러워지고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註) 泥(진흙 니), 塗(진흙 도), 汚(더러울 오), 穢(더러울 예), 濁(흐릴 탁), 染(물들 염)
故로 松柏은 可以耐雪霜이요 明智는 可以涉危難이니라
고 송백 가이내설상 명지 가이섭위난
그러므로 소나무, 잣나무는 서리와 눈을 견디어 내듯이 현명한 지혜는 위난을 건널 수 있느니라.'고 하였다.
(註) 柏(나무이름 백), 耐(견딜 내), 涉(건널 섭), 危(위태할 위)
入山擒虎는 易어니와 開口告人은 難이니라
입산금호 이 개구고인 난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기는 쉬우나, 입을 열어 남에게 고하기는(부탁의 말을 건네기는) 어렵다.
(註) 擒(사로잡을 금), 告(고할 고)
遠水는 不救近火요 遠親은 不如近隣이니라
원수 불구근화 원친 불여근린
먼 곳에 있는 물로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의 일가 친척은 이웃보다 못하다.
(註) 遠(멀 원), 近(가까울 근), 隣(이웃 린)
太公曰 日月雖明이나 不照覆盆之下하고 刀刃이 雖快나 不斬無罪之人하고 非災橫禍는 不入愼家之門이라
태공왈 일월수명 불조복분지하 도인 수쾌 불참무죄지인 비재횡화 불입신가지문
태공이 말하기를 '해와 달이 비록 밝아도 엎어놓은 동이의 밑은 비추지 못하고 칼날이 비록 잘 들어도 죄 없는 사람은 베지 못하며 나쁜 재앙과 느닷없이 닥치는 화(禍)는 조심하는 집 문에는 들지 못한다.'고 하였다.
(註) 照(비칠 조), 覆(뒤집힐 복), 盆(동이 분), 刃(칼날 인), 快(쾌할 쾌), 斬(벨 참), 災(재앙 재),
太公曰 良田萬頃이 不如薄藝隨身이니라
태공왈 량전만경 불여박예수신
태공이 말하기를 ‘만 고랑의 좋은 밭도 하찮은 기술을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註) 藝(재주 예), 隨(따를 수)
性理書云 接物之要는 己所不欲을 勿施於人하고 行有不得이어든 反求諸己니라
성리서운 접물지요 기소불욕 물시어인 행유부득 반구제기
성리서(性理書)에서 이르되 '사물을 접하는 요체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며, 행해도 결과가 없으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라.'고 하였다.
(註) 성리서란 송나라대의 성리학에 관한 전반적인 서책을 말한다.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은 논어에 나오는데 자기가 하고 싶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이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평생 행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용서이다 (기서호, 其恕乎)라고 답하면서, 용서의 실체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반구제기(反求諸己)는 모든 허물은 자기 탓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예기(禮記)에 처음 쓰인 말이고 중용이나 맹자등 여러 경전에서도 쓰여져 있다. 맹자의 이루장구(離婁章句) 상(上)편에 쓰여진 것을 보면,
孟子曰 愛人不親 反其仁 治人不治 反其智
맹자왈 애인불친 반기인 치인불치 반기지
맹자가 말하기를 '남을 사랑하여도 친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을 반성하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 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반성하라.
行有不得者 皆反求在己 基身正而天下歸之
행유불득자 개반구재기 기신정이천하귀지
자신이 행하여도 얻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이니 자신의 몸이 바르면 천하가 귀의한다.
우리가 살면서 모든 일과 결과에 대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것은 아주 평범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모두가 내 탓이라는 그러한 의미와도 흡사하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요구하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자. 자신의 부모형제에게 그리고 친구에게, 또 지인들에게 자신이 싫고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부모에게 최선을 다해 그 뜻을 받들지만 결과는 없다는 현대식 효도의 경우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지 않은데 기인한다. 반구제기에 함축된 말은 자신의 진정성과 참된 성찰 그리고 상대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사랑이다. 가족간 갈등과 분쟁은 이런 것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스스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분별없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든지 또는 국방을 비롯한 수범해야 할 일에 자신이 앞장서지 않는 것은 이러한 배움이 결여된 까닭이다. 자신은 싫고 하기 힘든 일을 국민들에게만 요구하는 것만큼 파렴치한 행위가 또 있겠는가? 정치도 바르게 다스리고 물론 국민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우선이다. 모든 일이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반구제기는 성심편 전체 의미를 통괄하는 구절이다.
酒色財氣四堵墻에 多少賢愚在內廂이라 若有世人跳得出이면 便是神仙不死方이니라
주색재기사도장 다소현우재내상 약유세인도득출 변시신선불사방
술과 여색과 재물과 기운이 쌓인 담 안에 수많은 어진 이와 어리석은 사람이 그 방에 있다. 만약 세상 사람 중에 이 곳을 뛰쳐나오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곧 신선같이 죽지 않는 방법이다.
(註) 堵(담 도), 墻(담장 장), 廂(행랑 상), 跳(뛸 도), 仙(신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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