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死生有命이요 富貴在天이니라
자왈 사생유명 부귀재천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있고, 부귀(富貴)는 하늘에 달려 있느니라.’고 하셨다.
(註) 논어에 子曰 死生有命 富貴在天 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 (자왈 사생유명 부귀재천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이라고 나온다.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은 이미 다 정해져 있거늘 부질없이 혼자 바쁘구나라는 뜻이다. 김삿갓은 여기서 만사분이정을 萬事皆有定이라 바꾸어 시를 지었다.
萬事分已定이어늘 浮生空自忙이니라
만사분이정 부생공자망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덧없는 인생은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구나.
(註) 已(이미 이), 浮(뜰 부), 空(빌 공), 忙(바쁠 망)
景行錄云 禍不可倖免이요 福不可再求니라
경행록운 화불가행면 복불가재구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으로 면할 수 없고 복은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註) 倖(요행 행), 再(두번 재), 求(구할 구)
時來風送滕王閣이요 運退雷轟薦福碑이라
시래풍송등왕각 운퇴뢰굉천복비
좋은 때를 만나면 등왕각에 갈 수 있고 운이 나쁘면 천둥벼락이 천복비에 떨어진다.
(註) 滕(물솟을 등), 閣(누각 각), 運(운전할 운), 轟(수레모는 소리 굉), 薦(천거할 천), 碑(돌기둥 비)
이 귀절은 문장에 쓰여진 등왕각의 배경이 되는 내용을 알지 못하면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등왕각은 왕발(王勃)에 얽힌 고사를 말한다. 왕발은 당나라 초기 인물로 양형(楊炯), 노소린(盧照隣), 낙빈왕(駱賓王)과 함께 초당사걸(初唐四傑)로 꼽히는 문장가이지만 이십 대에 요절했다. 당나라때 왕발이라는 사람이 어느날 꿈에 ‘망당산’ 산신령의 현몽을 받고 순풍 속에 배를 저어 하룻밤에 칠백 리나 떨어진 남창에 도달하였으며, 등왕각의 시서문을 세워 그의 명성을 천하에 알렸다. 등왕각은 당태종의 아우인 등왕 이원영이 남창에 세운 누각이다. 황학루, 악양루, 관작루 또는 봉래각과 더불어 중국의 4대 누각 중 으뜸으로 꼽힌다. 왕발은 등왕각시서(滕王閣詩序)를 써서 그 이름을 널리 떨쳤다. 처음에 등왕각서는 당시 홍주목이던 염백여가 등왕각에서 연회를 베풀면서 미리 어떤 문사에게 서문을 지어놓고 자기 사위의 이름을 들어내고자 많은 선비를 초청하여 서문을 짓게 하였다. 마침 부친을 따라 여기에 참석한 왕발이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등왕각시서를 지어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를 비유하여 때를 잘 만나게 되면 일을 이루고 명성을 얻는다는 뜻이며, 천복비는 원나라때 마치원(馬致遠)이라는 사람이 세운 비석이다. 구래공이 천복비의 비문을 탁본해 오는 사람에게 후사하겠다고 하였는데 그의 식객중에서 가난한 선비가 수천 리를 천신만고 끝에 가서 천복비 앞에 도착하였더니 바로 그 직전 벼락이 내리쳐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고 한다. 즉 이와 같이 순명대로 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 귀절은 순리대로 일을 풀어가라는 교훈으로 억지스럽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등왕각시서(滕王閣詩序)이다.
滕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
등왕각(滕王閣)의 높은 누각은 아득히 강저(江渚)에 솟아있건만
佩玉鳴鸞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
패옥(佩玉)과 방울 소리 울리던 노래와 춤은 자취도 없네.
畫棟朝飛南浦雲
화동조비남포운
아침 단청 기둥에는 남포에서 일어난 구름이 날고
朱簾暮捲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
저녁에는 주렴을 걷고 서산(西山)의 비를 바라보누나.
閒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일유유
물에 어린 구름의 그림자 늘 유유하건만
物換星移幾度秋
물환성이기도추
세상 바뀌고 세월은 흘러 몇 해나 지났던고.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
누각에 있던 제자(帝子, 제왕의 아들)는 지금은 어디 있는가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류
난간 밖에 장강만이 부질없이 도도히 흐르는구나.
列子曰 癡聾瘖啞도 家豪富요 智慧聰明도 却受貧이라
열자왈 치농음아 가호부 지혜총명 각수빈
열자(列子)가 이르기를 ‘어리석고 귀먹고 벙어리라도 집은 호화롭고 부자요, 지혜 있고 총명한 사람도 도리어 가난하게 된다.
年月日時 該載定하니 算來由命不由人이니라
년월일시 해재정 산래유명불유인
운수는 해와 달과 날과 시가 모두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니, 계산해 보면 부귀는 명(命, 운명)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이지 사람 때문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註) 癡(어리석을 치), 聾(귀머거리 농), 啞(벙어리 아), 豪(호걸 호), 慧(지혜 혜), 却(물리칠 각), 該(갖출 해), 算(셈할 산), 由(말미암을 유)
癡聾瘖啞(치농음아) 대신에 癡聾痼啞(치농고아)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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