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則曰, 父母有婢子若庶子庶孫, 甚愛之,
내칙왈 부모유비자약서자서손 심애지
내칙에 이르기를, 부모께 종의 몸에서 난 아들이나 서자와 서손이 있어 매우 사랑하셨다면,
雖父母沒, 沒身敬之不衰.
수부모몰 몰신경지불쇠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죽을 때까지 공경하여 변치 말아야 한다.
子有二妾, 父母愛一人焉, 子愛一人焉,
자유이첩 부모애일인언 자애일인언
아들에게 두 첩이 있어 부모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아들은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由衣服飮食, 由執事毋敢視父母所愛, 雖父母沒不衰.
유의복음식 유집사무감시부모소애 수부모몰불쇠
의복과 음식붙 집안 일을 맡아 보는데 까지 감히 부모가 사랑하는 사람과 대등하게 하지 못한다. 비록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변치 말아야 한다.
(註1) 婢(계집종 비), 衰(쇠할 쇠)
(註2) 비자는 종의 몸에서 난 아들이고 서자와 서손은 첩의 몸에서 난 자손을 말한다. 옛날에는 육례를 치르고 맞이한 조강지처는 대접을 받고 권세가 대단한 반면에 첩이나 종으로 자식을 낳은 경우에는 엄격한 차별을 두었다. 홍길동전에서 그의 어미가 몸종이라는 비천한 신분으로 그를 낳았으므로 크면서 자뭇 차별이 심하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집을 떠난 홍길동은 마침내 의적이 되고, 탐관오리를 징벌하게 되는데, 허균이 지은 소설의 내용이다. 허균은 서얼차별의 철폐를 주장하는 신지식인으로 당시의 사회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끝내 허균이 서자들과의 역모혐의로 처단 당하는 것은 이러한 그의 사상이 당시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조선 초기 성종 시절에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양사언의 경우는 아주 특이한 경우로, 여기에서 말하는 내용과 매우 합치하는 것이 많다. 양사언의 아버지는 양반이었으나, 그의 어머니는 함경도의 천민 출신이었다. 양사언의 아버지가 중년 상처를 하고 마음을 달래려고 북변을 유람할 때, 날 저무는 촌가에서 저녁을 대접하는 어린 소녀에게 폐백이라면서 자신이 가진 피륙을 주었다. 이 소녀는 몇 년 후 양사언의 아버지에게 찾아와 거두어 줄 것을 요구하고, 끝내는 양사언 형제를 낳았다. 양사언 아버지는 죽으면서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유훈하였고, 양사언 어머니 또한 자식을 위해 아버지를 따라 자결하였는데, 이 때 양사언의 적자 형제들이 적서의 구분을 없애고 이들을 적자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양사언 형제는 성종 치세에 벼술에 오를 수 있었다. 만약 엄격한 조선의 신분사회에서 서자로 내쳤다면, 조선 문학사의 위대한 시조시인을 우리는 잃었을 것이다. 흔히 말고 있는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누나 라는 시조에는 이런 숨은 얘기가 있다. 조선 초의 문신이며 서예가이고 시인으로 이름 높은 문필가는 아버지의 간곡한 유훈과 어머니의 목숨을 버린 덕택으로 탄생하였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인 경우는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서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였다. 우리가 존경하는 이율곡은 재야학자인 구봉과 관포지교를 나누었으나, 구봉이 서출이라는 이유로 혼사를 거절하기도 하였다. 왕조에서는 적자 출신의 왕자가 없을 경우 후궁의 자식이 왕위에 올랐는데, 정통성의 문제로 항상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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