景行錄云 知足可樂이요 務貪則憂니라
경행록운 지족가락 무탐즉우
경행록에서 이르기를 ‘만족함을 알면 즐겁고, 탐욕에 힘쓰면 곧 근심하게 된다.’라고 하였다.
(註) 務(힘쓸 무), 憂(근심할 우)
知足者는 貧賤亦樂이요 不知足者는 富貴亦憂니라
지족자 빈천역락 부지족자 부귀역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빈천하여도 즐겁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귀하여도 역시 근심하느니라.
濫想은 徒傷神이요 妄動은 反致禍니라
람상 도상신 망동 반치화
지나친 생각은 정신을 상하고, 경망한 행동은 도리어 재앙이다.
(註) 濫(넘칠 람), 想(생각할 상)
知足常足은 終身不辱하고 知止常止면 終身無恥니라
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
만족할 줄 알고 항상 만족스러워하면 평생 욕되지 않고, 그칠 때를 알고 항상 그칠 수 있다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느니라.
(註) 辱(욕 욕), 恥(부끄러울 치)
書曰 滿招損하고 謙受益이니라
서왈 만조손 겸수익
서경(書經)에서 이르길 ‘가득차 넘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고 하였다.
(註) 滿(찰 만), 謙(겸손할 겸)
서경은 사서삼경에 포함된 책으로 주나라 이전의 요순, 하, 은나라의 정치적 강령을 쓴 책이다. 고어로 쓰여져 있어 읽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安分吟曰 安分身無辱이요 知幾心自閑이니 雖居人世上이나 却是出人間이니라
안분음왈 안분신무욕 지기심자한 수거인세상 각시출인간
안분음(安分吟)에 이르기를 ‘분수에 맞게 편안하면 몸에 욕됨이 없을 것이요, 그 뜻을 헤아리면 마음이 저절로 한가할 것이다. 비록 인간 세상에 살더라도 그리하면 속세를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註) 安分吟(안분음-송나라의 안분시,작자미상), 却(물리칠 각)
子曰 不在其位하여는 不謀其政이니라
자왈 부재기위 불모기정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政事)를 도모하지 말라.’고 하셨다.
(註) 謀(꾀할 모)
논어 헌문편(論語 憲文篇)에 나오는 글이다.
안분(安分)은 만족함을 알고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명심보감에 수록된 안분에 관한 글들을 보면 과욕을 경계하는 것들이다. 마지막 귀절에 그 지위에 있지 않는 사람이 그 정사를 논하지 말라는 것도 자신의 직위에 맞는 처세를 지키라는 것이다. 하급자가 상급자의 일을 대책없이 마냥 비난하는 것도 이러한 경우일 것이다. 즉, 안분이란 재물의 과욕만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위와 처신에 대한 경계를 넘어선 탐욕도 경계하고 있다.
유좌지기(宥坐之器)와 계영배(戒盈杯)
공자가 주왕조의 사당에서 보고 안분의 의미를 배웠다는 유좌지기는 만즉복(滿則覆)이라 불린다. 팔할의 물이 차면 그대로 서있지만 물을 끝까지 채우면 뒤집혀진다는 그릇이 유좌지기이다. 계영배는 우리나라 도자기에서도 극찬하고 있는 술잔인데 계영배 역시 팔할의 술을 채우는 잔이다. 만약 그 이상으로 술을 채우면 옆으로 새어나오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지난친 탐욕을 경계한다는 이 술잔은 안분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안분을 안빈(安貧)과 비교하는 말도 많이 거론된다. 가난을 즐길 줄 아는 것을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하며 공자는 자신의 제자인 안회(顔回)를 단사표음(簞食瓢飮)의 가난 속에서도 군자의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안분과 안빈은 다르다.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의 입장에서는 안빈낙도는 죄악이다. 과거 선비 시대의 기준이 지금도 적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사회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건전한 상식과 윤리적인 토대위에서 부와 지위를 획득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선이다. 물론 종교적인 성자와 사회적인 봉사자가 추구하는 안빈낙도야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안분과 안빈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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