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 교우편(交友篇)
子曰 與善人居면 如入芝蘭之室하여 久而不聞其香이나 卽與之化矣요
자왈 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구이불문기향 즉여지화의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선한 사람과 함께 거처하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지만 곧 그 향기와 더불어 동화(同化)된다.
(註) 芝(지초 지)
與不善人居면 如入鮑魚之肆하여 久而不聞其臭나 亦與之化矣니
여불선인거 여입포어지사 구이불문기취 역여지화의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거처하면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 또한 그 냄새와 더불어 동화된다.
(註) 鮑(절인어물 포), 肆(방자할 사), 臭(냄새 취)
丹之所藏者는 赤하고 漆之所藏者는 黑이라 是以로 君子는 必愼其所與處者焉이니라
단지소장자 적 칠지소장자 흑 시이 군자 필신기서여처자언
붉은 단사(丹砂)를 지니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지니면 검어진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반드시 더불어 함께 거처하는 사람을 신중히 해야 하느니라.'고 하셨다.
(註) 漆(옻 칠)
家語云 與好人同行이면 如霧露中行하여 雖不濕衣라도 時時有潤하고
가어운 여호인동행 여무로중행 수불습의 시시유윤
공자가어에 이르되 '좋은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 속을 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은 젖지 않더라도 때때로 윤택함이 있고,
(註) 霧(안개 무), 露(이슬 로)
與無識人同行이면 如厠中坐하여 雖不汚衣라도 時時聞臭니라
여무식인동행 여측중좌 수불오의 시시문취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게 된다.'고 하였다.
(註) 厠(뒷간 측), 汚(더러울 오), 臭(냄새 취)
子曰 晏平仲은 善與人交로다 久而敬之구나
자왈 안평중 선여인교 구이경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안평중(晏平仲)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도다. 오래되어도 공경하는구나.'라고 하셨다.
(註) 晏(늦을 안), 仲(버금 중)
안평중은 제나라 명재상 안영(晏嬰)이고 평중은 그의 호다. 그를 높여 안자(晏子)라고도 부르며 안자열전이 전한다.공자와 동시대의 인물로 공자를 제나라왕이 등용하려하자 이를 막았다. 안평중은 오척단구의 담대한 인물로 제나라에서 공을 다투며 권세를 부리던 고야자, 전개강, 공손첩 세권신을 복숭아 두개로 죽게 만들어 ‘이도화살삼사(二桃殺三士)‘란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리고 제경공을 보좌한 재상이었으며 초나라, 오나라, 진나라등 강대국들과의 기민한 외교술로 국격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초나라 영왕과의 귤화위지(橘化爲枳-남쪽의 귤을 북쪽 나라에 옮겨 심으니 탱자가 된다)라는 고사를 남겼다. 안평중은 정치가와 사상가이며 공자와 오자서, 손무등 당대의 재사들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았다.
相識이 滿天下하되 知心能幾人고
상식 만천하 지심능기인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온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 수 있겠는가?
(註) 幾(기미 기)
酒食兄弟는 千個有로되 急難之朋은 一個無니라
주식형제 천개유 급난지붕 일개무
술이나 음식을 함께할 때 형제 같은 친구는 많으나,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줄 친구는 하나도 없다.
(註) 急(급할 급), 急難(급난-위급하고 어려움)
不結子花는 休要種이요 無義之朋은 不可交니라
불결자화 휴요종 무의지붕 불가교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註) 種(씨 종)
君子之交는 淡如水하고 小人之交는 甘若醴니라
군자지교 담여수 소인지교 감약례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술처럼 달다.
(註) 淡(물맑을 담), 醴(단술 례)
路遙知馬力이요 日久見人心이니라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
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고, 날이 오래면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
(註) 遙(멀 요), 久(오랠 구)
평생 살면서 자기를 알아주고 서로 이끌어 주는 벗을 만나고 교유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친구와의 사귐을 얘기할 때 가장 흔히 예로 드는 것이 관포지교라 하여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얘기한다. 나를 낳은 분은 부모님이시고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라고 얘기한 관중도 훌륭하지만 평생지기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배려를 한 포숙은 오히려 더 훌륭한 군자일 것이다. 공자께서는 익자삼우와 손자삼우를 구분하여 좋은 벗을 사귈 것을 가르쳤고 자신을 해하는 벗을 멀리하라고 하였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친구는 살면서 만나는 사해의 뭇 사람들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우인(友人)은 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자신과 뜻을 같이하거나 뜻을 같이 하지 않더라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붕우(朋友)는 한 명에 불과하다. 그저 얼굴과 이름을 알고 학교를 같이 다녔다고 친구는 아니다. 그런 사람은 안면이 있는 지우(知友)에 불과하다. 지인과의 만남을 피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말을 조심하고 삼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인생을 경영할 친구도 아니면서 공연히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여 쓸데 없는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진정으로 투자하고 자신을 나타내야 할 벗은 평생 단 한 명의 붕우(朋友)이다. 그러한 벗, 지란지교의 벗은 자신의 분신과 같다. 우리가 친구로 착각하는 지우(知友)는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