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 치정편(治政篇)
明道先生曰 一命之士 苟有存心於愛物이면 於人에 必有所濟리라
명도선생왈 일명지사 순유존심어애물 어인 필유소제
명도선생(明道先生)이 말하길 '처음 벼슬을 얻은 사람도 진실로 물건을 사랑하는 데 마음을 둔다면 사람을 반드시 구제하게 되리라.'하였다.
(註) 명도선생은 북송의 명도(明道) 정호(程顥)를 말한다. 정호는 동생 정이(程頤)와 함께 주돈이의 제자로 정주학의 기초를 만든 인물이며 동생과 함께 이정자로 불린다. 정호와 정이 그리고 주희를 거쳐 완성된 유학을 정주학(程朱學)이라 하고 고려 말부터 도입되어 조선유학의 기본이 되었다.
宋太宗御製云 上有麾之하고 中有乘之하고 下有附之하여
송태종어제운 상유휘지 중유승지 하유부지
송태종어제(宋太宗御製)에서 이르기를 '위에 지시하는 사람이 있고, 중간에 이에 의하여 다스리는 사람이 있고, 아래는 따르는 백성이 있다.
幣帛衣之요 倉廩食之하니 爾俸爾祿이 民膏民脂니라
페백의지 창름식지 이봉이록 민고민지
예물로 받은 비단 옷과 곳간에 먹을 것이 있는 것과 너희의 봉록(俸祿)은 다 백성들의 기름이니라.
下民은 易虐이어니와 上天은 難欺니라
하민 이학 상천 난기
아래의 백성은 학대하기가 쉽지만, 위에 있는 하늘은 속이기 어려우니라.'하였다.
童蒙訓曰 當官之法이 唯有三事하니 曰淸 曰愼 曰勤이니 知此三者면 則知所以持身矣니라
동몽훈왈 당관지법 유유삼사 왈청 왈신 왈근 지차삼자 즉지소이지신의
동몽훈(童蒙訓)에 말하기를 '당연히 관리된 자가 지켜야 할 법은 오직 세 가지 일이 있으니 청렴, 신중, 근면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곧 몸가짐의 방법을 아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註) 蒙(어릴 몽), 唯(오직 유)
동몽훈은 송나라의 학자 여본중(呂本中)이 지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서이다.
當官者는 必以暴怒爲戒하여 事有不可어든 當詳處之면 必無不中이어니와
당관자 필이폭노위계 사유불가 당상처지 필무부중
관직을 담당하는 사람은 반드시 난폭하게 성내는 것을 경계하여, 일이 옳지 않으면 마땅히 상세하게 그것을 처리하면 반드시 맞지 않는 일이 없거니와,
若先暴怒면 只能自害라 豈能害人이리오
약선폭노 지능자해 기능해인
만약 난폭하게 먼저 성을 내면 단지 스스로를 해롭게 할 뿐 어찌 남을 해할 수 있으리요,
(註) 暴(쪼일 폭), 戒(경계할 계), 怒(성낼 노), 害(해칠 해)
공직에 임하는 자세를 말하는데, 관직에 나아가는 사람이 사적인 목적으로 그 직위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으면 화를 낸다면 일을 바르게 처리할 수 없다. 공직에 나아가면 반드시 개인의 취향보다 마땅히 공익을 앞세워야 한다.
事君을 如事親하며 事官長을 如事兄하며 與同僚를 如家人하며 待群吏를 如奴僕하며
사군 여사친 사관장 여사형 여동료 여가인 대군리 여노복
임금 섬기는 것을 어버이 섬기는 듯이 하고, 상전을 섬기는 것을 형 섬기는 것 같이하며, 동료와 함께 어울리는 것을 집안 사람같이 하고, 관리들을 대접하기를 자기집 노복(奴僕)같이 하며,
愛百姓을 如妻子하며 處官事를 如家事然後에 能盡吾之心이니 如有毫末不至면 皆吾心에 有所未盡也니라
애백성 여처자 처관사 여가사연후 능진오지심 여유호말불지 개오심 유소미진야
백성을 사랑하기를 처자같이 하고, 관청의 일을 처리하기를 내 집안 일처럼 하고 난 뒤에야 능히 내 마음을 다한 것이니라. 털끝만큼이라도 지극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내 마음에 다하지 못한 바가 있음이니라.
或이 問 簿는 佐令者也니 簿所欲爲를 令或不從이면 奈何이오
혹 문 부 좌령자야 부소욕위 령혹부종 내하
어떤 사람이 묻기를 '부(簿)는 령(令, 縣令)을 보좌하는 사람인데 부(簿)가 하고자 하는 바를 령(令)이 만약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였다.
(註) 簿(장부 부), 佐(도울 좌), 奈(어찌 내)
伊川先生曰 當以誠意動之니라 今令與簿不和는 便是爭私意요 令은 是邑之長이니
이천선생왈 당이성의동지 령령여부불화 편시쟁사의 령 시읍지장
이천(伊川)선생이 대답하기를 '마땅히 정성된 마음으로 그를 움직여야 하니라. 이제 령(令)과 부(簿)가 화목치 않는 것은 사사로운 마음으로 다투기 때문이다. 령(令)은 고을의 수장이니
若能以事父兄之道로 事之하여 過則歸己하고 善則唯恐不歸於令하여 積此誠意면 豈有不動得人이리오.
약능이사부형지도 사지 과즉귀기 선즉유공불귀어령 적차성의 기유불동득인
만약 부형(父兄)을 섬기는 도리로 그 일을 하고, 잘못은 자신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은 행여 령(令)에게로 돌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이와 같은 성의(誠意)를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함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이천선생은 북송의 유학자 이천(伊川) 정이(程頤)를 말한다. 이천은 그의 호이며 그가 이천백(伊川伯)을 지냈으므로 그의 호를 짓고 이천선생이라 불렀다. 형 정호와 함께 주돈이의 제자이며 형과 함께 정주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정이는 이기이원론의 철학을 수립하여 조선시대 우리나라 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역경에 대한 연구가 탁월하였고 그의 학문은 제자인 주희(주자)에게 계승되어 정주학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의 형 정호는 이기일원론을 주창하였고 정이는 정호와 함께 이정자로 불린다.
劉安禮問臨民한대 明道先生曰 使民으로 各得輸其情이니라 問御吏한대 曰 正己以格物이니라
유안례문임민 명도선생왈 사민 각득수기정 문어리 왈 정기이격물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도리를 묻자, 명도(明道)선생이 말하길 '백성으로 하여금 각각 그들의 뜻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전을 거느리는 도리를 묻자, 대답하기를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 남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註) 輸(실어낼 수), 御(어거할 어), 吏(아전 리), 格(격식 격)
抱朴子曰 迎斧鉞而正諫하며 據鼎鑊而盡言이면 此謂忠臣也이니라
포박자왈 영부월이정간 거정확이진언 차위충신야
포박자(抱朴子)가 말하길 '도끼를 맞더라도 바르게 간하며, 솥에 넣어지더라도 말을 극진히 하면 이것을 충신이라 한다.'하였다.
(註) 抱(안을 포), 迎(맞을 영), 斧(도끼부), 鉞(도끼 월), 鼎(솥 정), 鑊(가마솥 확)
포박자는 중국 진나라의 도학가인 갈홍(葛洪)의 호이며 그의 대표작인 저서명이다. 왕조국가에서 군주에 대한 충성은 물론 임금 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군주의 처신은 백성들의 노역은 물론 경제적인 고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군주를 보필하는 신하들에게 정의로운 처신과 군주를 섬기는 올바른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군주가 정치적인 식견이 부족하고 실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는 군주를 둘러싼 신료들에 의해 제어될 수 밖에 없다. 민주제도에서 선출직인 대통령이나 수상이 국가를 잘 못 이끌게 되면 선거라는 국민들의 정치 행위에 의해 견제를 받거나 물러나게 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