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 훈자편(訓子篇)
景行錄云 賓客不來면 門戶俗하고 詩書無敎면 子孫愚니라
경행록운 빈객불래 문호속 시서무교 자손우
경행록에서 이르기를 '손님이 오지 않으면 집안이 비속(卑俗)해지고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고 하였다.
(註) 시경과 서경을 가르치라는 것은 그러한 책에 포함된 학문의 기본적인 이치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 대한 인륜을 가르치라는 뜻이다.
莊子曰 事雖小나 不作이면 不成이요 子雖賢이나 不敎면 不明이니라
장자왈 사수소 부작 불성 자수현 불교 불명
장자가 말하기를 '비록 작은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漢書云 黃金滿籝이 不如敎子一經이요 賜子千金이 不如敎子一藝니라
한서운 황금만영 불여교자일경 사자천금 불여교자일예
한서(漢書)에 이르되 '상자에 가득찬 황금은 자식에게 경서(經書) 하나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주는 것은 기술 한 가지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였다.
(註) 籝(상자 영), 經(지날 경), 藝(재주 예)
한서는 한나라 고조에서 왕망까지 229년의 역사를 기록한 사서로써 반고가 지었고 그의 누이 반소가 보완하였다.
至樂은 莫如讀書요 至要는 莫如敎子니라
지락 막여독서 지요 막여교자
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 만한 것이 없고, 지극히 긴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 만한 것이 없다.
呂滎公曰 內無賢父兄하고 外無嚴師友요 而能有成者 鮮矣니라
여형공왈 내무현부형 외무엄사우 이능유성자 선의
여형공(呂滎公)이 말하길 '안으로는 어진 부형이 없고, 밖으로 엄한 스승과 벗이 없으면 성공하는 자가 드물다.'고 하였다.
(註) 滎(실개천 형), 嚴(엄할 엄), 鮮(고울 선, 드물 선)
여형공은 공자를 상가지구(喪家之狗-상갓집 개)라고 말한 여영공과는 다른 인물이다. 여형공은 북송의 유학자인 여희철(呂希哲)을 말하는데 호를 형양(滎陽)이라 하여 여형공이라 부른다.
太公曰 男子失敎면 長必頑愚하고 女子失敎면 長必麤疎니라
태공왈 남자실교 장필완우 녀자실교 장필추소
태공이 말하기를 '남자아이가 교육의 기회를 놓치면 자라서 반드시 미련하고 어리석으며, 여자아이가 교육의 기회를 놓치면 자라서 반드시 거칠고 솜씨가 없게 된다.'고 하였다.
(註) 頑(완고할 완), 疎(성글 소,드물 소,트일 소), 麤(거칠 추)
태공은 주나라 문왕의 스승인 여상(呂尙)을 말한다. 제(齊)나라의 제후이며 호는 태공망이고 우리에게는 강태공으로 알려져 있다.
男年長大면 莫習樂酒하고 女年長大면 莫令遊走하라
남년장대 막습락주 여년장대 막령유주
남자가 장성하면 풍악이나 술을 익히지 말게 하고, 여자가 자라나거든 놀러 다니지 말게 하라.
嚴父는 出孝子요 嚴母는 出孝女니라
엄부 출효자 엄모 출효녀
엄한 부친은 효자를 내고, 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낸다.
憐兒어든 多與棒하고 憎兒어든 多與食하라
련아 다여봉 증아 다여식
아끼는 아이는 매를 많이 치고, 미운 아이는 먹을 것을 많이 주어라.
(註) 憐(불쌍히 여길 련), 棒(몽둥이 봉), 憎(미워할 증), 憎兒多與餠 愛兒多與打(증아다여병 애아다여타-미운 아이 떡을 많이 주고 사랑하는 아이 매를 많이 준다)-이덕무, 予所憎兒 先抱之懷(여소증아 선포지회-네가 미운 아이를 먼저 안아주어라)-정약용
人皆愛珠玉이나 我愛子孫賢이니라
인개애주옥 아애자손현
사람들은 대개 진주와 옥을 사랑하지만 나는 자손이 어진 것을 사랑하노라.
(註) 훈자편은 자식의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고금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식의 교육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다. 이 훈자편의 내용 중 여자가 장성하면 밖으로 나가 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대의 교육방법과는 다른 과거의 남녀차별적인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교육의 의미에서는 전편에 흐르는 내용은 고결하고 요체가 되는 글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들의 교육은 부모가 수범을 보이고 인간의 근본적인 대아(大我) 사상을 가르치는 것을 훈육의 요체로 삼고 있다. 살아가면서 이기적인 생각과 소아(小我)적인 상황은 얼마든지 부딪힐 수 있는 일이지만 근본 품성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의 사항은 대부분 응용과 응변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의 차이를 지적하여 문제를 삼지 말기 바란다.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천금의 재물을 물려주는 것보다 참다운 교육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것을 실행하는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글귀를 읽으면서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여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 내 자식이 사랑스럽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고 버릇없이 키우는 것은 어버이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