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 계성편(戒性篇)

景行錄云  人性이  如水하여  水一傾則不可復이요  性一縱則不可反이니

경행록운  인성     여수       수일경즉불가복        성일종즉불가반

경행록에서 이르기를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기울어 쏟아지면 회복할 수 없고 성품이 한 번 방종해지면 바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니,

(註) 傾(기울어질 경), 縱(세로 종)

 

制水者는  必以堤防하고  制性者는  必以禮法이니라

제수자     필이제방       제성자     필이예법

물을 제어하는 것은 반드시 제방(堤防)으로써 하고 성품을 제어하는 것은 반드시 예법으로써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註) 制(억제할 제), 堤(방죽 제)

 

 

忍一時之忿이면  免百日之憂니라

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

한 때의 분함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한다.

(註) 忿(성낼 분), 免(면할 면)

 

 

得忍且忍이요  得戒且戒라  不忍不戒면  小事成大니라

득인차인        득계차계    불인불계     소사성대

참고 또 참으며 경계하고 또 경계하여라 .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작은 일을 크게 만든다.

(註) 且(버금 차), 戒(경계할 계), 忍(참을 인)

 

참는 것은 인간의 소아적(小我的) 이기심(利己心)을 참는 것을 말한다.

 

 

愚濁生嗔怒는  皆因理不通이라  休添心上火하고  只作耳邊風하라

우탁생진노     개인리불통       휴첨심상화        지작이변풍

어리석고 탁한 사람이 성내는 것은 세상의 근본 이치를 알지 못함이다. 마음에 화를 더하지 말고 다만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려니 여겨라.

(註) 濁(흐릴 탁), 嗔(성낼 진), 添(더할 첨), 只(다만 지), 邊(가 변), 愚濁(우탁-어리석고 탁함), 休添(휴첨-더하지 않다), 理不通(리불통-근본 이치를 알지 못하다), 耳邊風(이변풍-귓가를 스치는 바람)

 

長短은  家家有요  炎涼은  處處同이라  是非無實相하여  究竟摠成空이니라

장단     가가유     염량    처처동        시비무실상        구경총성공

장단점은 집집마다 있으며 덥고 서늘한 것은 곳곳마다 같다. 시비(是非)란 실상이 없으니 마침내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註) 炎(불꽃 염), 凉(서늘할 량), 究(연구할 구), 竟(마침내 경), 摠(모두 총), 究竟(구경-사리의 마지막,필경,궁극), 摠成空(총성공-부질없는 일이 되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수양이 덜 된 사람이다. 사소한 일에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소인이고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정중하며 무게가 있다. 화를 내는 것은 반드시 상대가 있기 때문인데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서 화를 참지 못하고 시비를 가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러나 무조건 참는 것은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명확한 일에는 시비를 가려야 하지만 가자 지혜로운 것은 참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이다.

 

 

子張이  欲行에  辭於夫子할새  願賜一言爲修身之美니이다.

자장     욕행     사어부자       원사일언위수신지미

자장(子張)이 떠나고자 하여 공자(孔子)에게 인사를 하며 '몸을 수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한 말씀 내려 주시기를 원합니다.'라고 하자

(註) 辭(말씀 사, 여기서는 인사를 하다), 願(원할 원), 賜(줄 사), 修身之美(수신지미-몸을 수양하는 좋은 방법)

 

子曰  百行之本이  忍之爲上이니라.

자왈  백행지본     인지위상

공자는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그 으뜸이 된다.'고 하셨다.

 

子張曰  何爲忍之잇고

자장왈  하위인지

자장이 ‘참는 것은 어찌 하는 것입니까?’라고 다시 묻자, 

 

子曰  天子忍之면  國無害하고  諸侯忍之면  成其大하고

자왈  천자인지     국무해       제후인지     성기대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害)가 없고, 제후가 참으면 큰 나라를 이루고,

 

官吏忍之면  進其位하고  兄弟忍之면  家富貴하고

관리인지     진기위       형제인지     가부귀

벼슬아치가 참으면 그 지위가 올라가고, 형제들이 참으면 집안이 부귀해지고,

 

夫妻忍之면  終其世하고  朋友忍之면  名不廢하고

부처인지     종기세       붕우인지     명불폐

부부가 참으면 일생을 함께할 수 있고, 친구끼리 참으면 친구라는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고,

(註) 廢(폐할 폐), 終其世(종기세-일생을 함께하다,해로하다), 名不廢(명불폐-이름을 더럽히지 않다)

 

自身忍之면  無禍害니라

자신인지     무화해

자신이 참으면 재앙이 없다.'고 하셨다.

 

자장(子張)은 공자의 제자로 이름은 전손사(顓孫師), 진나라 사람이다.

 

 

子張曰  不忍則如何잇고

자장왈  불인즉여하

자장이 '참지 않으면 어떠합니까?'라고 묻자,

 

子曰  天子不忍이면  國空虛하고  諸侯不忍이면  喪其軀하고

자왈  천자불인       국공허        제후불인        상기구 

공자께서 말씀 하시기를 ‘천자(天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폐허가 되고, 제후(諸侯)가 참지 않으면 그 몸을 잃고,

(註) 軀(몸 구)

 

官吏不忍이면  刑法誅하고  兄弟不忍이면  各分居하고 

관리불인        형법주       형제불인        각분거

관리가 참지 않으면 형법에 의하여 죽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각 헤어져서 따로 살고, 

(註) 誅(벨 주)

 

夫妻不忍이면  令子孤하고  朋友不忍이면  情意疎하고

부처불인        령자고       붕우불인        정의소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을 외롭게 하고,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情意)가 소원해지고,

(註) 疎(트일 소)

 

自身不忍이면  患不除니라

자신불인        환불제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덜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註) 除(덜 제)

 

子張曰  善哉善哉라  難忍難忍이여  非人不忍이요  不忍非人이로다

자장왈  선재선재     난인난인       비인불인        불인비인

자장이 말하길 '참으로 좋은 말씀입니다. 참는 것이 참으로 어렵군요.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할 것이요, 참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로군요.'라고 하였다.

 

자장은 공자가 자신보다 그 장중함이 낫다고 평하였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고 편벽되다고 하여 사과십철(四科十哲)에서 제외되었다. 자장은 언변이 뛰어났다고 한다.

 

 

景行錄云  屈己者는  能處重하고  好勝者는  必遇敵이라

경행록운  굴기자     능처중       호승자     필우적

경행록에서 이르길 '스스로 굽힐 줄 아는 사람은 중요한 지위에 나아갈 수 있고, 이기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난다.'하였다.

(註) 屈(굽을 굴), 遇(만날 우), 屈己者(굴기자-스스로 굽힐 줄 아는 사람)

 

 

惡人이  罵善人어든  善人은  摠不對하라

악인     매선인       선인     총부대

악한 사람이 착한 사람를 꾸짖으면 착한 사람은 일절 대꾸하지 말라.

(註) 罵(욕할 매)

 

不對는  心淸閑이요  罵者는  口熱沸이라  正如人唾天하여  還從己身墜이라

부대     심청한       매자     구열비        정여인타천        환종기신추

대꾸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고 한가로우며 꾸짖는 사람은 입이 불붙은 것처럼 끓기만 한다. 사람이 하늘을 보고 침을 뱉으면 마침내 다시 자기 몸에 도리어 떨어지는 것이다.

(註) 閑(한가할 한), 沸(끓을 비), 唾(침 타), 墜(떨어질 추)

 

 

我若被人罵해도  佯聾不分說하라  譬如火燒空하여  不救自然滅이라  我心은  等虛空이어늘  摠爾飜脣舌이니라

아약피인매        양롱불분설       비여화소공        불구자연멸        아심     등허공          총이번순설

만약 다른 사람이 욕을 해도 귀먹은 체하여 시비를 하지 말아라. 비유컨대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끄지 않아도 저절로 꺼지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이 허공과 같으면 모두 그의 입술과 혀만 나불대는 것이니라.

(註) 佯(거짓 양), 燒(불사를 소), 脣(입술 순), 飜(뒤칠 번), 分說(분설-시비를 가리다), 被人罵(피인매-남에게 욕을 당하다)

 

 

凡事에  留人情이면  後來에  好相見이니라

범사     류인정       후래     호상견

모든 일에 인정(人情)을 남겨두면 훗날에 서로 좋게 만나게 된다.

(註) 凡事(범사-모든 일), 後來(후래-다가올 날,후일)

 

 

계성(戒性)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이기적 마음을 경계하고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사회적 질서는 무너지고 인륜은 훼손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천성의 성정을 경계하여 수양하는 것이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사회적으로 계약된 사회적 동물이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본성이 선하다는 전제로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계성이다. 사람과의 만남에 악업을 맺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생하처불상봉(人生何處不相逢) 즉, 사람이 살면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의 지위와 가진 재물로 인해 상대를 핍박하고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우를 범하면 후일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인간이 소중한 것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고 지금 나의 주장이 맞다고 한다면 상대와 입장을 바꿔서도 그 논리와 주장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은 이러한 피할 수 없는 인과응보의 철리가 있기 때문이고 강자의 위치에 있다고 하여 약자를 핍박하는 것은 인간답지 못한 일이다.